여의도 뺨치는 독일 권력투쟁…사민당 공동대표 축출
중도파에 밀린 에스켄 대표 "사냥 당해" 공개 비난
중도파에 밀린 에스켄 대표 "사냥 당해" 공개 비난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집권당에서 연립정부 파트너로 전락한 독일 사회민주당(SPD)이 연정 2인자 자리를 꿰찬 라르스 클링바일(47)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올라프 숄츠 전 총리를 지지해온 자스키아 에스켄(63) 공동대표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사실상 축출됐다.
16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2019년부터 SPD를 이끌어온 에스켄 대표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연정 구성이 마무리된 뒤 내달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 일간 타게스차이퉁(taz)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을 '사냥'에 비유하며 당내 중도파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부정적 여론을 확대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에스켄 대표는 당내 진보 성향 의원 모임인 '의회 좌파', 클링바일 대표는 중도 실용주의 성향 최대 계파 '제하이머파'에 속한다.
SPD는 지난해 6월 유럽의회 선거와 올해 2월 연방의회 총선에서 CDU·CSU 연합에 연패하고 정권을 넘겨줬다. 당내에서는 에스켄 대표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을 씌우는 분위기다.
클링바일 대표는 총선 이후 원내대표 자리까지 차지한 뒤 SPD 몫으로 배분된 장관 7명 내정에 전권을 행사했다. 자신이 최고 실세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맡고 에스켄 대표는 내각 명단에서 제외했다. 에스켄 대표는 연정 협상에 참여하며 장관 자리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당 지도부와 내각에서 모두 밀려나게 됐다.
내달 SPD 전당대회에서는 클링바일 대표, 연방의회 의장을 지낸 베르벨 바스 노동장관이 공동대표로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켄 대표와 같은 계파에 속한 바스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클링바일 대표의 연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2001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총리의 지역구 의원 사무실에서 정치경력을 시작한 클링바일 대표는 당권을 장악하고 다음 총선에서 SPD의 총리 후보 자리를 사실상 예약했다.
언론들은 클링바일 대표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외면한 채 당내 권력투쟁에만 몰두한다고 비판했다. ARD방송은 " SPD의 클링바일화", "라르스의 집"이라고 표현했다. taz는 "아무도 에스켄에게 비참한 선거 결과의 책임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거친 음모와 냉정한 제거는 소시지만큼이나 SPD 전당대회의 일부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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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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