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빅테크에 경제 목매며 트럼프 트로이목마 노릇"
유럽 연구원 "EU, 기술규제 지키려면 감시기능 중앙으로 가져와야"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미국 빅테크가 유럽연합(EU) 규제를 준수하는지 감시 역할을 맡은 아일랜드가 이들 기업에 경제를 크게 의존하고 있어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벨기에 싱크탱크 빌프리트 마르턴스 유럽연구소의 오언 드리어 선임연구원은 22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 기고에서 "아일랜드는 지난 20여년간 EU 기술 규제를 약화하려 미국 기술 기업들과 공모해 왔다"고 주장했다.
아일랜드에는 주요 빅테크의 유럽 본부가 있어 아일랜드 개인정보보호위원회(DPC)가 이들 기업이 EU의 강력한 일반정보보호규정(GDPR)을 준수하는지 감시해 왔다.
그러나 드리어 선임연구원은 "아일랜드 DPC는 유럽 법률 준수 여부를 공정하게 감시하는지 다른 EU 회원국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며 "일을 너무 형편없이 처리해 다른 국가 데이터 보호 기관이나 범유럽 데이터보호위원회에서 뒤집힌 결정이 나오곤 한다"고 지적했다.
드리어 선임연구원은 "아일랜드 총리가 유럽의 대미 대응이 신중하고 침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놀랍지 않을" 정도로 높은 대미 의존성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아일랜드에서 노동 인구의 14%에 달하는 38만명이 미국 기업에 직간접 고용돼 있다. 아일랜드 법인세 수입의 88%가 외국 소유 다국적 기업에서 나오는데 그중 대부분이 거대 기술·제약기업이 낸 법인세다.
드리어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편입 야욕을 보인 그린란드와 캐나다까지 언급했다. 그는 "그린란드는 잊어라, 아일랜드는 미국이 이미 가진 북대서양 섬이다. 테크에 있어 더블린은 트럼프의 트로이 목마다"라며 "사실상의 51번째 주로서 아일랜드는 개별 대통령이나 이념을 넘어 미 공급망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드리어 선임연구원은 "브뤼셀이 기술 규정을 온전히 유지하는 데 진지하다면 워싱턴에 집중할 게 아니라 더블린에서 규제를 옮겨 오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EU에는 디지털시장법(DMA)과 GDPR를 포함한 모든 유럽의 기술 법률을 감시할 중앙화된 기관이 필요하다"며 "EU에서 운영되는 빅테크 기업을 범유럽 차원에서 규제할 기구, 유럽의 중요한 결정에서 국가적 편견을 제거할 EU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