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중 줄이는 투자자들…캐나다 연금 공룡, 영국에 15조 투입
감세 및 IRA 후퇴도 악재 "불확실성·변동성에 美 대신 캐나다·EU로"
감세 및 IRA 후퇴도 악재
"불확실성·변동성에 美 대신 캐나다·EU로"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관세를 비롯한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침체 우려로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이외 시장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관측 속에 캐나다 연기금 '공룡'이 영국에 향후 5년간 80억 파운드(14조8천억원) 이상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2위 연기금 퀘벡주연기금(CDPQ)의 찰스 에몬드 최고경영자(CEO)는 25일자(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퀘벡주연기금은 세계 최대 인프라 시설 투자펀드 중 하나로, 운용자산 규모는 4천730억 캐나다달러(약 472조원), 가입자는 600만명에 이른다.
현재 영국에 320억 캐나다달러(약 32조원)를 투자 중인데, 영국 자산 비중을 약 50% 늘리겠다는 것이다.
에몬드 CEO는 영국 정부의 인프라 시설 지출 확대에 대해 "매우 큰 기회"라고 봤다.
또 유럽 전체에 대한 투자 비중도 현재의 15%에서 17%로 늘릴 방침이라면서, 신규 투자는 에너지 전환 관련 자산에 집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에너지 안보가 중요하지만 각국 정부가 재정적 제약에 직면한 만큼, 민간 자본이 진출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퀘벡주연기금은 현재 40% 정도에 이르는 미국 투자 비중을 재조정하고 영국·프랑스·독일 등에 대한 투자는 늘릴 계획이다.
현재 250억 캐나다달러(약 24조9천억원) 수준인 프랑스에 대한 투자도 2030년까지 50% 늘리고, 독일 정부의 돈 풀기 정책과 에너지 수요 등을 감안해 독일에서도 투자 기회를 찾으려 노력 중이라는 것이다.
에몬드 CEO는 미국에 대해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깊고, 크고, 가까운 시장이며 계속 자본을 투입할 것"이라면서도 미국 자산 가격이 10년간 뛰어난 수익률을 보인 뒤 고점에 있는 만큼 소폭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자산 시장은 일방적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국가 신용등급 강등, 대규모 감세 법안 및 재정 적자 확대 우려 등이 겹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30년물 국채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섰고, 글로벌 국채 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4.5%를 웃돌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 대형 자산운용사인 알리안츠 글로벌인베스터스의 알렉스 비바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감세 법안에 포함된 점을 지적하며 미국이 '믿을 수 있는 투자처'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면서 "미국이 몇 달 전과 달리 더는 믿을만한 투자처를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이 하원에 이어 상원을 통과하면 "미국 청정기술 정책의 급격한 방향 전환이 될 것"이라면서 시장에 상당한 규제적·정치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유럽 자산운용사들이 새로운 수준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직면해 결국 투자처를 캐나다·유럽연합(EU) 등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는 기후정책 후퇴 등을 고려해 고객들이 미국 시장을 피하려 대규모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고 지난달 밝혔고, UBS도 미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상당한 자금 이탈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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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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