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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마두로와 우파 부켈레…입법·사법부 밟고 '철권통치'

베네수엘라, "투표율 10%대" 선거서 與압승…대법·선관위 '대통령 충성파' 엘살바도르 국회, 정부 거수기 전락…사법부는 대통령 연임금지 눈감아

좌파 마두로와 우파 부켈레…입법·사법부 밟고 '철권통치'
베네수엘라, "투표율 10%대" 선거서 與압승…대법·선관위 '대통령 충성파'
엘살바도르 국회, 정부 거수기 전락…사법부는 대통령 연임금지 눈감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남미에서 주요 좌파 정상으로 꼽히는 니콜라스 마두로(62)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역내 우파 세력 총아로 떠오른 나이브 부켈레(43)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입법부와 사법부를 장악한 '스트롱맨'(철권 통치자) 면모를 보이며 사실상의 '일당(一黨) 독주 체제'를 갖추고 있다.
두 정상의 정치적 이념은 '극과 극'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대척점을 이루지만, 국정 운영 방식 만큼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눈길을 끈다.
2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는 전날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 잠정 개표 결과 여당이 82.68%의 득표율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주지사 당선인 24명 중 23명이 여당 소속이라고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은 덧붙였다. 여기에는 이웃 가이아나 땅을 관할지로 둔 '과야나 에세키바' 주지사도 포함됐다.
이는 지난해 부정 개표 논란을 빚은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최근 수년간 베네수엘라에서 목격되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놀랄 만한 결과는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7)가 중심에 있는 야당 주도로 '투표 보이콧'(불참) 기류가 일찌감치 형성됐던 터라 '여당 압승'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AFP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의 분석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선거 이튿날인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리는 차비스모(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이름에서 따온 좌파 포퓰리즘 성향 정치 이념)의 힘을 입증했다"며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라고 자축했다.

베네수엘라 반정부 성향 언론매체인 엘나시오날은 그러나 "집권당 세력에 의해 장악된" 선거 당국에서 부정확한 투표율과 '깜깜이 개표'로 재차 선거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마감 후 현지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인 명부에 오른 2천150만7천162명 중 투표에 참여한 비율은 42.63%"라며 "2020년 30.46%와 비교해 투표율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부인 '코만도 콘 베네수엘라'는 엑스(X·옛 트위터)에 "확인 결과 투표율이 12.56%에 그쳤다"며 "우리 유권자는 한목소리로 이번 선거에 '노!'라고 외쳤다"고 보고했다.
'코만도 콘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대선에서 야권 후보였던 에드문도 곤살레스(75)가 마두로에 승리했다면서 자체적으로 확보한 개표 결과를 온라인에 공개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좌파 아이콘이었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2013년 사망 후 12년째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 새 6년 임기를 시작하면서 18년 장기 집권의 길을 닦아 놓은 상태다.
"제국주의 국가의 제재가 모든 경제난의 원인"이라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그는 극심한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는 동시에 입법부, 사법부, 선거관리위원회, 군, 경찰과 검찰 등 주요 집단 의사결정권자를 자신의 '충성파'로 채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마두로 철권통치의 기반으로 여겨지는데, 실제로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작년 대선을 앞두고 인기몰이를 하던 야권 주요 정치인들의 출마에 제동을 거는가 하면 대법원은 부정 개표 논란을 일으킨 선관위 행정에 잘못이 없다는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런 흐름은 '친미 우파' 엘살바도르에서도 흡사한 양상으로 관찰된다.
강력한 갱단·부정부패 척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부켈레 대통령은 헌법의 '대통령 연임 금지' 조항에도 지난해 대선에 출마, 85%대 득표율로 재선했다.
여기에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서방 언론에서 '친(親) 행정부'로 평가하는 입법부와 사법부의 '지원'이 한몫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2021년 총선에서의 여권 압승을 발판으로 자기 영향력을 극대화했는데, 당시 엘살바도르 국회는 여권 측 인사를 대법관으로 대거 추천한 데 이어 야권 성향의 검찰총장을 축출하면서 '정부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대법원 헌법재판부는 또 '6개월 이상 대통령으로 재임한 사람은 10년 이내에 다시 출마할 수 없다'는 헌법 조항을 "임기 만료 6개월 전 휴직하면 재선은 가능하다"는 취지의 유권 해석으로 무력화시키면서 부켈레에게 '골든 로드'를 깔아주기도 했다.
지난해 엘살바도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는 일주일 넘게 '공식 개표율 5%'가 이어지며 야당으로부터 선거 관리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비판을 사기도 했지만, 법원은 이마저도 유야무야 넘어갔다.
정치학자 아나 밀라그로스 파라는 BBC 스페인어판(BBC문도)에 "거리의 사람들은 과거에 갑작스러운 정치적 박해와 인권 침해로 정부의 영향력이 강화됐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 마두로의 경우) 더 많은 권력의 축적이 아니라 현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 구조 형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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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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