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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약] 빵 종류보다 중요한 것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요즘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음식 선택도 더 까다로워 지고 있다. 빵 하나를 고를 때도 꼼꼼히 따진다. 하지만 어떤 빵을 먹느냐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많은 사람이 통밀로 만든 빵이나 효모와 젖산균으로 발효한 사워도 빵이 흰 밀가루로 만든 빵보다 혈당치를 서서히 끌어올리니까 건강에 더 유익할 거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실제 연구 결과는 그런 통념과는 다르다. 2023년 오스트리아 연구진은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볼 때 사워도 빵을 먹는다고 해서 당뇨병 위험 감소나 체중 관리 개선과 같은 유의미한 건강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렇게 되는 것은 우선 사람마다 음식에 대한 혈당 반응이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 2017년 이스라엘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동일한 실험 참가자들이 사워도와 흰 빵을 일정 기간 번갈아 먹으면서 건강 지표를 측정했다.  
 
그 결과 혈압, 체중, 혈당, 혈중 콜레스테롤 등 주요 건강 지표에서 두 빵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개인별로는 빵 종류에 따른 혈당 반응 차이가 있었다. 장내 미생물군에 따라 흰 빵을 먹을 때 혈당 변화가 적은 사람도 있고 사워도 빵을 먹을 때 혈당 반응이 완만한 사람도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었다.  
 
당뇨병으로 혈당 조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 일반적 조언보다 개인 맞춤형 접근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이런 차이가 생각보다 작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사워도 빵이 식후 혈당 상승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연구에서는 통밀빵에 그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통밀빵이 오히려 일반 흰 빵보다 더 빠르게 혈당을 올렸다는 2008년 캐나다 연구도 있다.  
 
어떤 빵을 먹느냐가 혈압·혈당·체중과 같은 건강지표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빵이 미치는 효과가 일관되지 않고 그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결국 빵의 종류보다 더 중요한 건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먹느냐이다. 사워도 빵이든 통곡물빵이든 너무 많이 먹으면 혈당을 높이고 체중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저속노화 트렌드에 맞춰 이를 제품 전면에 내세우며 홍보하는 식품이 늘어나고 있지만 무엇을 먹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먹느냐이다. 양 조절 없이 먹기만 해서는 득보다 실이 크다.
 
특정 빵이 조금 더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고 해도 그 차이는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 과식하거나 너무 자주 먹으면 아무리 건강에 좋다는 음식이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음식의 종류보다 중요한 것은 먹는 양과 빈도이며, 이를 조절하는 것이 건강한 식습관의 핵심이다. 유행을 따라 소비를 늘리기보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소식하자.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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