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야구 잘한 선수도 아니고…" FA 중압감 극복 중, 엄상백 반등 계기 마련했다

한화 엄상백. /OSEN DB
[OSEN=창원,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FA 이적생 투수 엄상백(29)이 16일 만의 1군 복귀전에서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선발승은 날아갔지만 다음 등판을 기대할 만한 투구를 했다. FA 이적생의 중압감도 극복해 가는 중이다.
엄상백은 31일 창원NC파크에서 치러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8피안타 2사구 1탈삼진 2실점으로 막았다. 8회말 2사 3루에 올라온 마무리 김서현이 포수 최재훈의 포일로 동점을 허용해 승리가 날아갔지만 한화의 9-6 승리에 발판이 된 투구였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6.68에서 6.27로 낮췄다.
지난겨울 4년 최대 78억원 FA 계약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엄상백은 이적 첫 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NC전 등판 전까지 올 시즌 8경기(32⅓이닝) 1승4패 평균자책점 6.68로 부진을 거듭하며 2군에 내려갔다. 퓨처스리그에서 2경기(6⅔이닝) 평균자책점 6.75로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16일 만에 1군 복귀전을 가졌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2군 기록만 보면 좋지 않은데 그래도 엄상백이다. 그만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우리가 데려온 선수다. 오늘 (엄)상백이가 힘을 내주면 팀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며 기대를 놓지 않았다. 앞서 8경기 중 7경기에서 배터리를 이룬 이재원 대신 이날은 최재훈으로 포수도 바꿔 변화를 줬다.
1회 시작은 불안했다. NC 1번 한석현에게 초구 직구를 맞아 중전 안타를 내준 뒤 김주원을 중견수 뜬공 처리했지만 박민우 상대로 던진 2구째 커터가 발을 맞힌 사구가 됐다. 하지만 1사 1,2루 위기에서 맷 데이비슨과 박건우를 연속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1회를 공 8개로 마쳤다.
그러나 2회 1점을 내줬다. 선두타자 오영수를 바깥쪽 낮은 직구로 루킹 삼진 잡았지만 김휘집에게 우익선상 펜스 쪽으로 빠지는 3루타를 허용했다. 이어 천재환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1-1 동점. 두 타자 모두 존에 들어온 직구를 안타로 연결했다. 이어진 1사 1루에서 안중열을 3루 땅볼, 한석현을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추가 실점 없이 넘어갔다.

한화 엄상백. /OSEN DB
3회에는 한석현을 중견수 뜬공, 박민우를 2루 땅볼, 데이비슨을 3루 땅볼로 공 11개에 삼자범퇴했지만 4회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박건우를 우익수 뜬공, 오영수를 3루 뜬공으로 잡은 뒤 김휘집에게 유격수 내야 안타, 천재환에게 2루 내야 안타를 내주며 주자가 쌓였다. 안중열에게 몸에 맞는 볼 던지면서 순식간에 만루가 이어졌지만 한석현을 중견수 뜬공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5회에도 김주원에게 중전 안타, 박민우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면서 무사 1,3루 위기가 이어졌다. 데이비슨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2-2 동점을 허용한 엄상백은 1루 주자 박민우를 견제사로 잡아내며 한숨 돌렸다. 박건우에게 또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오영수를 9구 승부 끝에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5이닝을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6회 채은성이 3-2 리드를 가져오는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면서 엄상백은 선발승 요건도 갖췄다. 6회 시작부터 주현상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총 투구수 83개로 마쳤다. 최고 시속 148km, 평균 144km 투심 패스트볼(46개) 중심으로 체인지업, 슬라이더(이상 17개), 커터(3개)를 구사했다. 체인지업 구사 비율을 낮추며 직구 중심으로 맞혀 잡는 투구를 했다.
경기 후 엄상백은 “이전보다 공을 때리는 느낌이 났다. 더 많은 이닝을 가고 싶었지만 (1군에서) 오랜만에 던진 거라 감독님과 코치님이 일찍 빼주셨다.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을 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화 엄상백. /OSEN DB
FA 이적 후 쏟아지는 관심과 중압감에 눌린 엄상백은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중이다. 제가 야구를 엄청나게 잘한 선수도 아니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면서 안 된다고 너무 좌절하지 않으려 한다.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보름의 시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2경기 등판한 엄상백은 “구위를 회복하려 많이 노력했다. 2군에선 오랜만에 던지다 보니 잘 안 됐는데 오늘은 1군에서 긴장감을 갖고 던져 구위가 좋아진 것 같다”며 “KT 때도 그랬고, 원래 주변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 아닌데 저도 모르게 그러고 있었다. 2군에 내려갈 때 감독님께서도 ‘네가 FA를 할 때까지 인생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씀해주셨다. 초등학교 때부터 어떻게 내가 야구를 시작했는지 돌아봤고, 지금 너무 쫓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원래 하던 대로 편안하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심적으로 리프레시하면서 투구 패턴에도 변화를 줬다. 포심 대신 투심으로 패스트볼을 던졌고, 체인지업 구사 비율도 낮췄다. 엄상백은 “투심은 의도랄 한 것은 아니고 오늘 잘 잡혀서 그렇게 던졌다. 몇 년간 체인지업 위주로 피칭하다 보니 타자들에게 분석이 된 것도 있다. 오늘은 조금 변화를 주기 위해 체인지업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전날(30일) 선발승을 거둔 류현진은 “외국인 투수들이 잘하고 있으니 3.4.5선발이 분발해야 한다”며 자신부터 국내 선발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엄상백 역시 “분발해야 한다”며 “다음 등판에서 더 많은 이닝 던져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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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학([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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