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의 행복한 북카페] 한바탕 웃음으로

오래전 내가 쓴 소설에서 개그맨이 된 남자는 이런 대사를 한다.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 사람의 안과 밖에서 웃음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아이러니였던 것 같다.

웃음은 언제 발생하는가? 바로 ‘방심할 때’이다. 방심은 뻣뻣하고 긴장된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는 뭔가에 사로잡혀 외부세계에 둔감하고, 그 때문에 어떤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버퍼링이 걸리듯 ‘웃기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희극적인 인물의 특징이랄 수 있는 ‘경직성’은 여기에 기인한다. 자기 세계에 사로잡힌 이상주의자들도 경직된 인물이겠지만, 과거의 가치관에 붙들려 여전히 그 방식을 고수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뻣뻣한 인물이다. 경직성은 웃음거리이며, 사회는 버벅거리는 그 모습을 보며 웃어버린다. 말하자면 이 사람을 향해 웃어줌으로써 ‘눈치 챙겨!’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셈이다. 대선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페이지가 넘어가는 이 시기에 우리는 누구를 향해 반향이 있는 웃음을 보내게 될까? 여전히 낡은 세계에 사로잡힌 사람들, 자기만의 유령을 붙들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커다란 웃음으로 뻣뻣한 세계를 물리치고 새로운 날이 도래하기를 기다려본다.
김성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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