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선수 출전 옳은가, 연방 vs 가주 ‘충돌’
트랜스젠더 에르난데스 메달 싹쓸이 논란
법무부, 성전환자 여성 스포츠 출전 금지
“생물학적 여학생의 기회 침해” 위헌 소지
가주 교육부, “성 정체성 따른 차별 막아야”
원문은 LA타임스 6월4일자 ”U.S. ups pressure to bar trans athletes“ 기사입니다.
![트랜스젠더 선수 AB 에르난데스(오른쪽)가 주루파 밸리 고등학교 소속으로 출전해 높이뛰기 시상식을 기다리고 있다. 에르난데스는 2025년 클로비스의 뷰캐넌 고등학교에서 열린 CIF 주립 육상 선수권 대회 높이뛰기 종목에서 3명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토마스 오발레 / LA타임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5/8643c6e6-c3cc-409f-92d8-332ff69352e5.jpg)
트랜스젠더 선수 AB 에르난데스(오른쪽)가 주루파 밸리 고등학교 소속으로 출전해 높이뛰기 시상식을 기다리고 있다. 에르난데스는 2025년 클로비스의 뷰캐넌 고등학교에서 열린 CIF 주립 육상 선수권 대회 높이뛰기 종목에서 3명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토마스 오발레 / LA타임스]
법무부 민권국을 이끄는 하밋 딜런(Harmeet Dhillon) 차관보는 6월 2일 각 교육구에 보낸 서한에서 “캘리포니아 교육구들이 트랜스젠더 학생의 출전을 허용하는 규정을 계속 따를 경우, 생물학적 여성의 경기 출전 기회를 침해하게 되어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6월 9일까지 트랜스젠더 선수 출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 날인 6월 3일에는 주 교육감 토니 서먼드(Tony Thurmond)가 서한을 발송했다. 서먼드는 연방 정부의 경고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각 교육구는 여전히 트랜스젠더 학생의 출전을 허용하는 주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경고는 트럼프 행정부가 캘리포니아주 및 청소년 스포츠를 관장하는 캘리포니아 고교 체육 연맹(CIF)을 압박한 뒤 나온 것이다. CIF는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의 경고는 또한 주루파 밸리 고등학교(Jurupa Valley High School)의 16세 트랜스젠더 학생인 AB 에르난데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출전을 금지하라는 지시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5월 31일 주 고교 육상선수권대회에서 여러 개의 메달을 따낸 이후 나온 것이다.
보수 성향의 캘리포니아 변호사였으며 LGBTQ+ 친화적 주법에 맞서 싸운 전력이 있는 하밋 딜런(Harmeet Dhillon) 법무부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 민권국장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그녀는 6월 2일 각 교육구에 보낸 서한에서, 트랜스젠더 선수가 운동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생물학적 성별에 근거해 여학생들의 운동 기회와 혜택을 박탈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딜런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각 교육구는 오는 6월 9일까지 CIF 규정을 더 이상 따르지 않으며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서면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딜런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서 법무부 민권국이 “여학생 스포츠에서 평등 보호를 위반한 1600 여개 캘리포니아 학교들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서먼드는 캘리포니아 주의 1000개 교육구에 주 교육부를 대표해 서한을 발송했다.
서먼드는 “법무부의 주장들은 법 자체가 아니며, 해당 서한은 집행 수단이 될 수 없다"며 “그 서한은 새로운 연방법이 통과되었음을 알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썼다.
캘리포니아주법은 “2013년 이래 변경되지 않았으며, 성 정체성을 근거로 한 차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 학생이 자신의 성 정체성과 일치하는 운동 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한다"고 서먼드는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캘리포니아 교육구들은 이미 연방법상 요구되는 인증서를 연방 정부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딜런의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에르난데스의 주 대회 출전을 막겠다며 캘리포니아에 연방 자금 지원 중단을 위협한 이후 CIF가 변경한 규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변경 사항은 트랜스젠더 선수로 인해 본선 진출이 좌절된 시스젠더(생물학적 여성) 선수가 대회에 추가로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에르난데스의 순위와 관계없이 모든 경기에서 시스젠더 여자 선수들에게 메달이 수여되도록 했다.
이 정책은 타협안으로 의도되었지만, 트랜스젠더 선수 전면 금지를 요구하는 보수 진영으로부터는 거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트럼프의 자금 지원 중단 위협 외에도, 법무부 민권국은 지난주 캘리포니아 주정부, CIF, 그리고 에르난데스가 출전한 주루파 교육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롭 본타(Rob Bonta) 사무실의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캘리포니아 학교에 지속적으로 가하는 위협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 법과 트랜스젠더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의 차별과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대변인은 “서한을 검토 중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대변인은 서한에 대한 질문을 각 교육구로 돌렸다.
LA통합교육구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 교육구는 모든 관련 연방 및 주 법을 준수할 것"이라며 “연방 정부의 요구는 현재 행정부 하에서 이전에도 있었던 지침들과 유사하지만, 특히 CIF가 관할하는 운동 참가 자격 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LA 인근 지역의 다른 교육구 대다수는 응답하지 않았거나, 해당 연방 지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BTQ+ 옹호자들은 딜런의 서한을 비판하며, 이를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는 시스젠더 여학생 보호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트랜스젠더 학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섀넌 민터(Shannon Minter) 전국레즈비언권리센터(National Center for Lesbian Rights) 법률 부대표는 CIF의 트랜스젠더 선수 출전 허용 규정 초안을 작성하는 데 기여했으며, 새로운 규정도 지지하고 있다. 그는 이 규정이 트랜스젠더 및 시스젠더 선수 모두에게 경기 출전 기회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5월31일 대회에서 에르난데스의 출전으로 인해 시스젠더 여학생이 경기에서 밀려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에르난데스는 여자부 삼단뛰기와 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멀리뛰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이들 종목 모두에서 시스젠더 선수들과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삼단뛰기에서는 또 다른 시스젠더 여자선수와 함께 금메달을 받았고, 높이뛰기에서는 공동 1위를 기록한 두 명의 시스젠더 선수와 시상대에 올랐다. 멀리뛰기에서는 또 다른 시스젠더 선수와 함께 공동 은메달을 수상했다.
민터는 “새 규정은 시스젠더 여자선수들의 기회 박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며,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장한다. 이는 그 우려를 완전히 제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터는 딜런의 서한이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 즉 트럼프 행정부는 여자 선수들의 기회를 보호하는 데 관심이 없고, 단순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편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스포츠 참가를 반대하는 측은 딜런의 서한을 중대한 승리로 환영했다.
보수 단체인 캘리포니아가족협의회(California Family Council)의 소피아 로리(Sophia Lorey) 홍보이사는 “엄청난 일"이라며, 토요일 주 대회에서 사람들에게 CIF 정책 변경 촉구 서명지를 나눠주다 퇴장당했다고 전했다.
로리는 X에 “드디어 시작이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학까지 축구를 했던 사람으로서, 매우 감사하다"고 적었다.
보수 성향의 교육위원이 있는 일부 캘리포니아 교육구들은 새로운 지침을 따를 의향을 드러냈다.
지난 4월 17일, 치노밸리통합교육구(Chino Valley Unified School District)는 “Title IX와 여학생 스포츠의 공정성 지지"라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해당 결의안은 “남성과 여성 운동선수 간 생물학적 차이는 경쟁 스포츠, 특히 여학생 부문에서 본질적인 우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치노밸리 교육구는 주 체육 기관에 Title IX에 따른 여학생 보호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Title IX는 연방 자금을 받는 교육 프로그램 및 활동에서 성 차별을 금지하는 1972년 제정된 연방법이다.
치노밸리 교육구는 지난 4월, 뉴섬 주지사, 주 교육부, 서먼드 교육감, CIF를 상대로 법무부에 Title IX 위반 신고도 접수했다.
이들은 현재 “상충하는 연방 및 주 지침 사이에 끼어 있다"며 “긴급한 연방 개입"을 요청했다.
교육위원회 의장이자 주 교육감 선거에 출마 중인 손야 쇼(Sonja Shaw)는 X에 “딜런의 서한은 부모, 딸들, 국가, 진실을 위한 역사적 승리"라고 적었다.
그녀는 “우리는 굴복하지 않는다. 타협하지 않는다. 딸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가도 치를 것"이라며,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쇼는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가 더 강력한 조치를 촉진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다음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이 사안을 상정할 것"이라며, “우리는 광기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고, 침묵을 강요당하지 않을 것이며, 급진 세력에게 딸들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에르난데스의 어머니 네레이다 에르난데스(Nereyda Hernandez)는 6월2일 연락이 닿지 않았으나,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자녀가 단지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받는 것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녀는 자녀가 캘리포니아의 모든 법과 규정을 준수하며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내 아이는 트랜스젠더 학생 운동선수이며, 성실하고 규율 있고 열정적인 청소년이다. 다른 모든 아이들처럼 스포츠를 하고, 친구를 사귀고, 잠재력을 펼치며 성장하고 싶어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 제한 조치를 재고해달라고 호소했다.
글=케빈 렉터, 하워드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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