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투자자들 탈미국 움직임에…유럽 반사이익 보나
'돈풀기' 독일 주가지수 올해 22% 올라 S&P500은 1.5% 상승 그쳐
'돈풀기' 독일 주가지수 올해 22% 올라
S&P500은 1.5% 상승 그쳐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의 관세정책과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 속에 대형 기관 투자자들의 '셀 아메리카' 흐름이 이어지면서 유럽 등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이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하락분을 만회했지만 올해 상승률이 1.5%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는 광범위한 유럽 기업을 포괄하는 스톡스 유럽 600지수 상승률 8.5%에 못 미치는 것이다.
독일 정부가 국방과 인프라에 1조 유로(약 1천551조원)를 쓰겠다고 밝힌 가운데 독일 DAX 주가지수는 올해 21.9% 오른 상태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 9% 가까이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두되던 2022년 상반기 이후 최저 수준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가 부채에 대한 우려 속에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22일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5% 넘어 5.15%까지 올랐다가 최근 4.9% 아래로 내려온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드라이브에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감세 법안 및 재정적자 확대 우려 등이 더해지면서 '미국 자산 예외주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용자산 규모가 7천800억 달러(약 1천60조원)에 이르는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세스 번스타인 최고경영자(CEO)는 "사람들이 (미국 투자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적자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현재 속도로 계속 돈을 빌릴 수 없을 것"이라면서 "무역정책의 예측 불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시장 한 곳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집중시키기를 원하는지' 멈춰서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업체 노이버거버먼의 조아나 로차 스카프는 사모펀드 공동 투자에서 유럽 시장 비중을 기존 20∼30%에서 올해 65%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면서 "유럽의 거시적 상황이 미국보다 더 온화하지는 않지만 더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운용자산 4천730억 캐나다달러(약 470조원)로 캐나다 2위 연기금인 퀘벡주연기금(CDPQ)의 찰스 에몬드 CEO는 지난달 40% 정도인 미국 투자 비중을 줄이고 영국·프랑스·독일 등에 대한 투자는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320억 캐나다달러(약 32조원)인 영국 자산 투자액을 향후 5년간 약 50% 늘리는 것을 비롯해 유럽 전체에 대한 투자 비중도 현재의 15%에서 17%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블랙스톤의 톰 나이드스 부회장은 "우리는 (유럽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면서 "유럽 정부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만큼 유럽으로 자금을 옮기는 것은 분명 나쁜 베팅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규모가 작고 분절화된 유럽과 아시아 시장이 미국을 유의미하게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오크트리 자산운용의 하워드 마크스는 "유럽은 여전히 성장이 느리고 규제 수준이 매우 높다. 중국은 여전히 복잡하다"면서 "대규모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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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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