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 정중동의 즉위 한달…결단의 시간 머지않아
정제된 메시지, 신중한 경청…프란치스코의 파격 행보와 대조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하느님·생명·사랑·평화·감사
정제된 메시지, 신중한 경청…프란치스코의 파격 행보와 대조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하느님·생명·사랑·평화·감사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레오 14세 교황이 오는 8일(현지시간)로 즉위 한 달을 맞는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직후 파격적인 결정을 쏟아냈던 것과 달리 레오 14세 교황은 지금까지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즉위 이후 주요 인사나 정책 발표는 없었다. 공식 발언도 대부분 정제된 메시지로 제한했다. 대신 그는 교황청 주요 인사들과 면담에 집중하며 내부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목받는 교황의 거처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직후 호화로운 교황 관저를 두고 일반 사제들이 묶는 바티칸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에 반해 레오 14세 교황은 교황 관저에 입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공식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교황 관저는 현재 2∼3개월가량의 보수 공사가 필요하다.
로이터 통신은 두 교황의 이러한 상반된 행보에 대해 두 사람의 기질 차이로 해석했다.
레오 14세 교황의 오랜 친구인 마크 프란시스 신부는 "레오는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들이고 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시한 길을 따르긴 하겠지만 성향은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레오는 매우 집중력 있고 체계적"이라며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레오 14세 교황은 사제 훈련을 받기 전인 197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빌라노바대에서 수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동기인 앤서니 피조 신부는 레오 14세 교황이 대학교 시절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신중한 성격이었다고 전했다.
피조 신부는 "그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충분히 숙고한 뒤 결정을 내린다"며 "그게 바로 그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두 교황의 스타일 차이는 연설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직후 동성애자 사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가 누구를 정죄하리오"라고 말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2013년 7월 첫 해외 사목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즉흥적인 발언이었다. 포용성과 자비의 메시지로 주목받았지만 동시에 보수 진영의 반발도 불렀다.
이에 반해 레오 14세 교황은 지금까지 즉흥적 발언 없이 준비된 원고에 기반한 공식 메시지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있다.
프란시스 신부는 "그는 프란치스코처럼 즉흥적인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신중한 첫 달을 보냈지만, 이제는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당면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바티칸의 재정 적자가 시급한 과제다. 2022년 기준 바티칸 재정 적자는 6억3천100만유로(약 9천792억원)에 달했다. 지금은 이보다 더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성직자들의 성학대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구체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여성의 성직 진출 가능성, 성소수자 신자에 대한 포용, 이혼·재혼자의 성사 참여 허용 등 진보와 보수 간에 이견이 팽팽한 사안에 대해서도 레오 14세 교황의 방향성이 요구되고 있다.
가톨릭 신자 수 감소도 중요한 숙제다.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신자 이탈 현상이 가속하는 가운데 첫 미국인 출신 레오 14세 교황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톨릭 전문매체 알레테이아는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한 달간 발표하거나 작성한 연설문 40건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하느님(350회)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교회(138회), 생명(128회), 성인(saints 또는 sainthood·116회), 형제애(115회), 세상(98회), 사랑(97회), 평화, 감사(이상 82회), 신앙(64회)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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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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