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도노라 지역에서 주민 20명이 사망하고 6000여명이 호흡기 질환을 앓게 되었다. 미국 최악의 대기오염 참사로 기록된 이 사건은, 갑작스런 기온 역전현상으로 주변 공장에서 배출된 불화수소와 이산화황이 안개에 섞여 대기 중에 정체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로부터 4년 후, 영국 런던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런던 스모그. 대기오염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대기오염 물질은 크게 1·2차 오염물질로 나뉘는데, 이 두 사건은 연소 과정이나 산업 활동 등에서 배출된 1차 오염물질이 주원인이었다. 한편 LA 스모그로 알려진 광화학 스모그는 자동차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가 자외선의 광화학반응에 의해 오존, 과산화아세틸 질산염, 아크롤레인과 같은 2차 오염물질을 생성해 발생한다. 태양빛이 뜨거운 여름에 차량이 많은 도로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느끼는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이 영향이다.
황사 속의 미세먼지 오염물질
폐 깊숙이 쌓여 산소 호흡 방해
남조류 독성물질 더해질 수도
수박 겉핥기식 정책으론 안 돼
대기환경정책과 초미세먼지
그렇다면, 먼지는 무엇일까. 김광석이 부른 ‘먼지가 되어’의 노랫말처럼, 먼지(Particulate Matter)는 공기 중에서 가라앉지 않고 날아갈 수 있을 만큼 작은 입자다. 크게 톱다운(Top down)과 바텀업(Bottom up) 방식에 의해 생성된다. 자외선에 의해 산화한 플라스틱 제품이 바람과 마찰로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는 것이 전자에 해당하고, 연소과정에서 발생한 가스상 물질이 대기 중에서 응축과정을 거쳐 에어로졸이 되는 것은 후자에 속한다. 다시 말해, 1차 대기오염 물질 대부분이 먼지가 될 수 있으며, 그 특성은 먼지가 생성된 지역의 물리·화학·생물학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먼지는 대기 중에 떠 있는 모든 크기의 입자를 의미하는 총 부유분진과 코를 통과해 폐까지 도달할 수 있는 흡입성 먼지로 나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극미세먼지를 포함하는 흡입성 먼지는 그 크기와 성분에 따라 폐 내 축적 부위나 잔류율이 달라진다. 현재 전 세계 대기환경 정책이 초미세먼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공기를 들이쉬고 내 쉬는 과정에서 폐 내에 가장 많이 축적되는 크기이기 때문이다.
남산은 걷는 것을 즐기는 우리 가족이 가장 빈번하게 찾는 주말 나들이 코스 중 하나다. 2021년 4월, 봄의 어느 날 남산은 우리에게 정말 특별했다. 그날따라 황사(yellow dust)는 어디로 갔는지, 바닷빛 푸른 하늘과 떨어지는 벚꽃잎 사이로 보이는 남산타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친 마음에 희망을 심기에 충분했다. 가슴이 뭉클해질 만큼 행복한 순간의 여운을 뒤로하고 연구자의 자리로 돌아온 나는 20년 가까이 고민해 온 미세먼지의 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황사의 주성분인 토양은 태초부터 지구 표면에 존재했기에 흙먼지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한편 화석 연료에 기인하는 미세먼지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다. 가내 수공업에 의해 소규모로 생산되던 제품을 공장에서 대량생산하기 위해서는 기계를 돌릴 에너지가 필요했다. 인류는 이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지구 깊숙이 묻혀 있던 석탄과 석유를 지상으로 끌어올렸다. 운송과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이 생겨났고, 도로에는 아스팔트가 깔렸다. 플라스틱 산업을 비롯해 석유화학 산업과 관련된 전 분야가 급속도로 성장했다. 미세먼지는 그렇게 산업화 이후 크게 늘어났다. 이제 황사엔 인류가 만들어낸 미세먼지 오염물질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염려되는 낙동강 남조류 맹독성 물질도 노출되지 않는다면 건강 위험도는 제로다. 그러나 독성이 낮은 물질도 몸에 오랫동안 쌓이면 건강 위험도는 증가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세먼지다. 미세먼지의 1일 노출량에 대한 건강 위험도는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에 기인하는 오염물질은 생체 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유기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그뿐인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산소는 혈관과 폐포벽 사이에서 기체의 확산에 의해 공급되는데, 폐포에 쌓인 미세먼지는 이 확산을 방해한다. 더 나아가 에너지는 물론 인간에게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제공하는 모든 제품의 생산·소비·수송·폐기 과정에서 먼지가 발생한다. 미세먼지는 양파껍질 같은 존재이기에 정부가 내놓는 미세먼지 정책이 수박 겉핥기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2018년 한 보일러 회사의 광고에는 슈퍼맨을 연상시키는 어린이가 등장한다. ‘울 아빠는 지구를 지켜요. 미세먼지를 줄이고 공기를 맑~게 해 준대요…북극곰을 구해 준대요’ 광고에는 어린이들의 티 없이 맑은 목소리가 이어진다. 미세먼지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아빠의 마지막 한 마디까지. 단순한 상업광고가 아니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국민의 친환경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알린 최고의 30초였다. 황사와 먼지는 최근 또 한 번 진화하고 있는 걸까. 수년 전부터 낙동강 주변 지역 주민들은 남조류가 생성하는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 공포에 떨고 있다. 낙동강을 뒤엎은 남조류의 양과 자연순환의 원리를 고려할 때, 인체 노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온이 올라 남조류가 가득한 물이 증발하면 마이크로시스틴이 에어로졸 형태로 미세먼지와 섞여 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 과학적 증거가 확실하진 않다. 정부는 호흡기에 유해한 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와 독성 반응을 명확히 제시해 지역 주민의 불안감을 신속하게 해소해야만 한다. 70년 전 미국과 영국의 대기오염 참사가 이 땅에서도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