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꿈을 바꾸는 방법
불교에서는 오매일여(寤寐一如)라는 말을 합니다. 자나 깨나 한결같다는 의미로 잠들었을 때도 깨달음의 경지가 한결같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놀랍고도 부러운 경지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꿈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통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꿈속에서 폭력적이기도 합니다. 쉽게 분노하고, 폭력을 쓰기도 합니다. 꿈속의 내 모습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꿈은 내 무의식의 경지 혹은 숨기고 싶었던 세계일 겁니다. 난 겨우 그런 사람이었다는 자각에 마음이 쓰립니다.오매일여라는 말을 하면서 ‘자나 깨나 불조심’이라는 표어가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오매의 순우리말 번역으로는 ‘자나 깨나’가 딱 맞습니다. 자나 깨나 임 생각뿐이라는 구절도 생각납니다. 이렇게 보면 잔다고 삶이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자나 깨나 나는 늘 같은 사람입니다. 꿈은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니기에 늘 조심해야 합니다. 잠들었을 때 내 모습을 맑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잠은 죽음의 비유로 쓰입니다. ‘여기에 잠들었다.’는 묘비명이 죽음을 의미하고, 눈을 감았다는 말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이 됩니다. 죽은 듯이 잠들었다는 말은 직접적인 비유네요. 하긴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예전에 본 전쟁영화나 재난영화에서 잠들면 죽는다고 잠들지 못하게 계속 말을 거는 장면이 기억납니다. 잠든 채 다시 일어나지 못해 안타까운 이별을 하는 경우도 실제로 많습니다.
하지만 잠이 죽음인 동시에 삶인 것은 꿈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꿈에서 많은 일을 하기도 합니다. 낮 동안의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앞일을 예측해 보기도 합니다. 때로는 현실에서 하지 못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꿈속에서 하늘로 날아오를 때가 많습니다.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면 서서히 떠오르는 꿈입니다. 꿈속에서 집착을 버리면 일어나는 일입니다. 한편 꿈은 고통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꿈은 집착과 욕망입니다. 안 그런 척했던 수많은 일이 꿈속에서는 현실이 됩니다. 베개가 식은땀으로 젖는 이유죠. 자고 일어났는데도 맑지 않은 이유입니다.
잠들기 전에 오늘 있었던 감사 일기 쓰기나 고마운 사람 떠올리기는 좋은 꿈에 도움이 됩니다. 잠들기 전에 단전 호흡을 하거나 몸을 이완시키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새벽에 깨었을 때도 삶을 돌아보고 꿈속의 나를 바라보는 것도 삶을 바꿉니다. 밤에 좋은 꿈을 꾸려면 낮을 잘 살아야 합니다. 최소한 자기 바로 전이라도 생활을 바꾸어야 꿈이 달라집니다. 그렇게 하루가 달라지고, 그렇게 한 달이 달라지고, 그렇게 1년이 달라지고, 그렇게 한 생애가 변해갑니다.
오매일여의 경지는 꿈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삶을 바꾸는 겁니다. 늘 감사하고, 집착을 버리고, 내 몸을 유연하게 바꾸면 꿈도 바뀝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미워하는 사람에 대한 미움을 거두면 오매일여에 가까워집니다. 그러한 경지가 성인의 경지고 성자의 경지고 깨달음의 경지입니다. 다시 무너지지 않을 경지가 되는 겁니다. 꿈이 편안해질 겁니다. 어쩌면 꿈조차 꾸지 않는 편안함일 수 있겠습니다.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만 늘 새롭게 태어나려고 합니다. 오늘 하루가 새롭게 맞고 싶습니다. 더 이상 악몽에 시달리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사실은 이 글도 꿈속에 헤매다 새벽에 깨어 쓰는 글입니다. 정말 아직 멀었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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