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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일·중 정상 통화 마무리…원칙과 유연함의 균형 찾아야

중앙일보

2025.06.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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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계엄으로 흔들렸던 외교 궤도 복귀 메시지



한·미 동맹 강화 속 대중관계 관리도 고민을

이재명 정부의 첫 시험대인 외교·안보 행보가 일단 순항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어제(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잇따라 통화했다. 취임 일주일 만에 미·일·중 정상 통화가 이뤄지면서 지난해 12월 계엄사태 이후 6개월 만에 대한민국의 리더십이 정상화됐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발신했다.

어제 시 주석과의 통화가 일본 정상과의 통화 후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통화 후 열흘 넘게 걸려 시 주석과의 통화가 성사됐다. 그만큼 중국도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며 한·중 관계 발전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새 정부와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자 한다”고 말했고, 이 대통령도 “양국이 호혜·평등의 정신 아래 경제·안보·문화·인적 교류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호응했다. 양 정상은 또 오는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논의했는데, 11년 만에 시 주석의 방한이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미·일 정상과의 통화에서 한국 외교·안보의 중심축이 한·미 동맹에 있다는 점과 한·미·일 협력 기조를 유지·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미·일 측에서는 “좋은 출발”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신정부 4강 외교의 첫 단추를 잘 끼운 것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 대통령은 미국에 이어 곧바로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 문재인 대통령과는 달리 일본 총리와 먼저 통화했다. 이는 반미·반일로 비칠 수 있는 과거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입장에 대해 미·일이 갖고 있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상징적 행보가 될 수 있다.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미·일 정상에게 이런 외교 기조를 잘 전달할 경우, 새 정부의 한·미 및 한·일 관계가 본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당장 발등의 불인 한·미 통상협상 및 주한미군 역할 조정은 물론, 올해 국교 수립 60주년을 맞은 한·일의 우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거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한·일 관계의 역사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미·중 패권 경쟁을 고려할 때 앞으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수시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권 초 정부가 내세운 외교·안보 원칙을 굳건히 지키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유연한 접근과 균형감각이 긴요하다. 한·미, 한·일, 한·중 관계 발전이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가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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