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분담금 미납 여파…"유엔, 대규모 구조조정·기구 통폐합"
요미우리 보도…"사무국 직원 7천800명 감축·인건비 낮은 지역으로 이주도 추진"
(서울=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분담금 미납 관련 여파로 재정난을 겪는 국제기구 유엔(UN)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12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이 입수한 유엔 내부 문서에 따르면 유엔은 산하 기구 40개 이상을 통폐합하거나 기능을 조정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평화 유지와 개발 지원 등 주요 분야에서 중복 업무를 없애고, 지역 거점도 재편해 조직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를 통합해 '유엔 인도주의 대응·보호 기구'(가칭)를 신설하는 방안이 내부 문서에 담겼다고 요미우리는 보도했다.
또 유엔여성기구와 유엔인구기금(UNFPA)을 합쳐 여성·보건 분야를 총괄하는 새 조직을 만들고,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을 폐지한 뒤 세계보건기구(WHO)에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엔의 산하 조직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사무국 직원 감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엔 본부를 중심으로 행정과 정책 지원을 담당하는 사무국 소속 약 3만9천명 가운데 20%(7천800명)가량을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를 위해 신규 직원 채용과 단기 계약 직원의 재계약을 중단하는 등 단계적으로 직원 수를 줄일 계획이다.
또 현지 물가를 고려해 직원들을 미국 뉴욕이나 스위스 제네바 등지에서 케냐 등지로 옮기는 계획도 고려 중이다.
유엔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약 7억4천만 달러(약 1조원)의 예산 절감을 기대하고 있으나 실제 집행을 하려면 회원국들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먼저 구조조정을 한 WHO는 일부 지역에서 의료시설이 폐쇄되거나 응급의료가 중단되는 등 부작용을 겪었다.
특히 각국 이해관계가 얽힌 고위직 축소 문제를 놓고 일부 회원국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유엔이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는 전체 예산의 20%가량을 지원한 미국이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유엔 정기 예산은 약 37억 달러(약 5조원)이며 최대 분담국인 미국은 연간 약 7억4천만 달러(1조원)를 부담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올해를 포함해 약 15억 달러(약 2조원)의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서 유엔 재정 상태는 급속히 악화했다.
미국은 지난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WHO와 함께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서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의 의사결정이 중국 중심으로 치우쳤고 회원국 분담금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이유로 탈퇴를 결정했다.
유엔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조직 개편과 함께 예산을 삭감하라는 압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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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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