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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권리 쟁취한 '저항의 도시' LA, 반트럼프 전선 선봉에

히스패닉 인구 절반 넘는 이민자의 도시…트럼프 무자비 단속에 폭발 美 민권투쟁 역사의 순간마다 주인공 등장…노동·이민자 연대 주도

이민자 권리 쟁취한 '저항의 도시' LA, 반트럼프 전선 선봉에
히스패닉 인구 절반 넘는 이민자의 도시…트럼프 무자비 단속에 폭발
美 민권투쟁 역사의 순간마다 주인공 등장…노동·이민자 연대 주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지난 수십년간 미국 이민자 권리 신장에 앞장서 왔던 '이민자의 도시' 로스앤젤레스(LA)가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압적인 불법이민 단속 정책에서 촉발된 전국적인 반(反)트럼프 움직임의 선봉에 섰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LA는 지난 수십년간 미국에서 인종 차별과 이민자 권리 침해에 맞서는 저항을 주도해왔다.
약 1천만명에 가까운 도시 인구 중 거의 절반이 히스패닉 인구로 이뤄진 LA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불법이민 단속에 가장 강하게 들고 일어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외신들은 짚었다.
과거 멕시코 영토에 속하기도 했던 LA에서는 최소 1990년부터 유색 인종 인구가 백인 인구를 추월했으며, 수십 년 전부터 미국에 들어온 이민자 가정의 2세대, 3세대들이 여전히 남아 도시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해변 등으로 그려지는 도시의 이미지와 달리, LA의 이면에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강도 높은 인종 차별과 탄압의 역사가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LA에 이민자 인구가 늘어날수록 이들을 경계하는 보수적인 백인 사회와 정부로부터의 탄압도 커졌고, 그때마다 LA 주민들은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쪽을 택했다.
이러한 인종 차별과 당국의 탄압은 1965년과 1992년 LA에서 대규모 흑인 폭동 사태로 터져 나오기도 했다.
1980년대 들어서는 히스패닉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에 대한 차별이 심화했고, 1994년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공화당의 주도로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에 교육,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서비스 지원을 중단하고 불법이민 신고를 권장하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되기도 했다.
이에 당시 LA의 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대 시위가 확산했고, 이러한 정책은 오히려 캘리포니아 내에서 공화당에 대한 반발을 키우며 현재 캘리포니아와 LA가 미국 내 대표적인 진보 지역으로 자리매김 하게 된 계기가 됐다.
현재 캐런 배스 LA 시장을 포함해 LA의 핵심 정치 인사들 중에는 이러한 1990년대 이민자 권리 투쟁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한 경우가 많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후 2006년 공화당이 불법이민자를 중범죄자로 만들려는 법안을 추진했을 때에도 LA에서는 최소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가장 최근에는 2020년 미국 전역을 휩쓴 흑인 민권 운동인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시위에서도 LA의 여러 이민자 집단들이 앞장서 시위에 동참했다.
LA 사회를 구성하는 다른 주요 집단인 노동조합도 1990년대 남미 국가와 아시아에서 들어온 노동자들이 저임금 노동에 착취당하는 일이 늘면서 이러한 이민자 권리 투쟁에 연대해왔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노동조합은 이번에 LA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LA의 활동가들은 이러한 역사에 비춰봤을 때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불법이민 단속에 LA의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들은 합법적인 미국 시민권을 가진 LA 시민들도 이민자였던 자신의 부모와 조부모 등을 기억하며 단속에 저항하기 위해 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LA 캘리포니아대(UCLA)의 공공정책 전문가 크리스 제페다-밀란은 가디언에 이번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본인이 이민자가 아니라면서 "그들은 이민자였던 자신의 부모나 조부모가 이 나라와 도시, 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잘 안다"고 말했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이 체포된 이민자들을 실제로 전부 추방하지 않더라도 학교나 직장 등 익숙한 공간에서 일단 '보여주기식'으로 사람들을 끌고 가 사람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심어주는 방식이라는 점도 반발을 키우고 있다.
알버트 카마리요 스탠퍼드대 역사학 명예교수는 가디언에 "이민 당국이 사람들의 부모와 삼촌, 이모, 형제, 자매들을 기습해 데려가는 현장의 참혹함을 고려했을 때, 시위가 일어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임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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