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과 모두 친한 푸틴, 중동 '파워 브로커' 노리나
제재받는 이란에 무기 주면서도 네타냐후와 친분 유지하며 절묘한 줄타기 푸틴, 양국 정상 통화하며 중재자 자처…트럼프도 "푸틴 중재에 열려있다"
제재받는 이란에 무기 주면서도 네타냐후와 친분 유지하며 절묘한 줄타기
푸틴, 양국 정상 통화하며 중재자 자처…트럼프도 "푸틴 중재에 열려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중동의 앙숙인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두 국가와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가 분쟁의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거듭 내비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협상 과정에서 시간끌기식 태세로 서방의 압박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에게는 격화하는 중동 위기가 외교적 기회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AP 통신은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과의 무력 충돌은 두 국가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인 동시에 러시아가 분쟁의 핵심 중재자로 나설 기회일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양국 정상과 잇달아 전화 통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규탄하며 러시아가 앞으로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 완화에 계속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하게 규탄하면서도 이란에 정치적 지지 외에 다른 실질적인 군사 지원 등을 제공할 의사는 내비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연이어 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중재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튿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재차 중재 역할을 자처했으며,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는 것에 "열려 있다"며 긍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푸틴 대통령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이스라엘·이란 분쟁의 중재자를 자처할 수 있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 러시아가 중동의 라이벌인 두 국가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해온 결과다.
냉전 이후 이란과 급격히 가까워진 러시아는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는 이란에 무기와 기술을 지원하며 최대 후원자로 부상했다.
러시아는 2013년 가동을 시작한 이란의 유일한 원자력 발전소인 부셰르 원전 건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란에 S-300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 무기를 지원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양국은 밀착을 더욱 강화했으며 지난 1월에는 양국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처럼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이스라엘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에 네타냐후 총리를 여러 차례 러시아에 초청하는 등 개인적인 '브로맨스'를 이어갔으며, 이스라엘과 정치·경제·문화 분야에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또 이란에 미사일 방공망을 지원하면서도 Su-35 전투기 등 최신 무기들은 선뜻 내주지 않는 등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균형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AP는 이처럼 러시아가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와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노력이 이번에 결실을 볼 수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가 양측 모두의 신뢰를 받는 중재자이자 앞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합의에도 참여할 수 있는 잠재적인 당사자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 이전에도 미국과 이란이 진행 중인 핵합의와 관련해 러시아가 이란이 보유한 농축 우라늄을 민간 용도로 변환하는 데에 기술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며 협력 의사를 밝혀왔다.
이번 무력 충돌로 당분간 이란 핵합의 전망은 불투명했지만, 협상이 재개된다면 러시아의 이러한 제안은 합의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A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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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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