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ECB 총재 "달러 지배적 역할 더는 확실하지 않다"
FT 기고서 "'글로벌 유로'의 순간"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 변화의 순간이 유럽에 기회다. '글로벌 유로'의 순간"이라며 유럽에 행동을 촉구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된 기고에서 "체제가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역사는 가르쳐준다. 글로벌 통화 지배력의 변화는 과거에도 일어났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제 질서의 심오한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며 "개방된 시장과 다자주의 규칙이 무너지고 있고, 이 시스템의 초석인 달러의 지배적 역할조차 더는 확실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보호주의, 제로섬 방식 사고, 양자 간 권력 게임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은 국제 무역 시스템에 깊숙이 통합된 유럽 경제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지금 진행 중인 변화는 유럽이 자신의 운명에 대한 더 큰 통제를 가질 기회, 유로가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 또한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로는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20%를 차지한다. 58%를 차지하는 달러 다음으로 큰 통화다.
라가르드 총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달러에 대한 우려가 아직까진 대안을 향한 큰 이동을 촉발하지 않고, 대신 금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반영되고 있다면서 유로화 지위 강화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신뢰성, 경제적 회복력, 그리고 법적 및 제도적 무결성 강화를 들었다.
먼저 유럽이 세계 최대 무역 주체라는 입지를 활용해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경제력은 국제 통화의 기반이 되는 만큼 단일 시장 완수, 규제 부담 완화, 굳건한 자본 시장 연합 구축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친환경 기술과 방위산업 같은 전략적 산업은 전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조정된 정책으로 뒷받침돼야 하고 국방과 같은 공공재에 들어가는 자금 조달도 공동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통화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는 곧 발행 주체의 강함과 연계돼 있다면서 유럽의 기관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일 거부권이 나머지 다른 26개 회원국의 공동 이익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남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