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전주, 고성환 기자] 이승우(27, 전북 현대)가 팀의 짜릿한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전북 현대는 17일 오후 7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19라운드에서 수원FC를 3-2로 꺾었다.
이로써 전북은 0-2로 끌려가다가 후반에만 3골을 터트리면서 리그 15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4연승을 완성한 전북은 승점 41(12승 5무 2패)로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전북은 경기 초반부터 치명적인 패스미스를 연발하며 흔들렸다. 전반 5분 2005년생 김도윤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았고, 전반 31분 싸박의 파워를 제어하지 못하며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전북은 후반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7분 김진규의 환상적인 프리킥 득점으로 추격을 시작했고, 후반 27분 콤파뇨의 헤더 복귀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전북은 기어코 종료 직전 역전골까지 터트렸다. 후반 44분 이승우가 전진우와 원투패스를 주고받으며 박스 안으로 침투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FC 김태한이 공을 끊어내려다가 자기 골문 안으로 넣고 말았다. 공식 기록은 김태한의 자책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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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이승우는 역전골에 크게 기여했다는 말에 활짝 웃으며 "제가 골 넣었어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후반전에 투입됐다.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라며 "(마지막 골에) 기여만 하고 내 골로 되지 않아 아쉽다. 다음엔 골을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된 이승우. 포옛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그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입됐다. 감독님께서 너무 급하게 하지 않고 준비된 플레이를 하라고 요구하셨다. 공격할 때는 더 가운데로 들어가서 플레이하라고 주문하셨다. 득점할 때마다 부르셔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하셔서 팀원들에게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친정팀 수원FC를 상대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이승우다. 그는 "수원FC에서 좋은 추억이 너무 많기 때문에 수원FC를 생각하면 안타깝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전북 소속이기 때문에 전북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다. 그런 일이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게 축구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프로다운 자세를 보여줬다.
이승우는 지난 울산전에서도 골과 비슷한 장면을 만들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는 "울산전 끝나고는 동료들이 모두 칭찬해줬다. 오늘은 다들 장난으로 내가 골을 넣은 줄 알았다고 하더라. 항상 선수들 사이에선 장난 치고 지내는 게 하루하루의 행복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축구가 우리에겐 일이기 때문에 매일 선수들과 웃으면서 지내는 게 참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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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경쟁을 벌이던 지난 시즌과는 확 달라진 전북이다. 이승우는 가장 크게 바뀐 점을 묻자 "아무래도 안정감이 아닐까 싶다. 선수들의 심리적 부분이 가장 큰 것 같다. 작년이랑 크게 달라진 건 없는 스쿼드인데 시즌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기억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준비했다. 감독님께서도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도와주셨다. 초반에 좋을 때도, 중반에 흔들릴 때도 선수들을 믿고 편안하게 해주셨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러다 보니까 작년에는 들어가면 항상 먼저 실점하고 운도 따르지 않았는데 올해에는 운도 도와주는 것 같다. 작년에 힘들었던 만큼 올해는 더 많이 웃을 수 있어서 좋다. 축구가 하루이틀 더 운동한다고 해서 지금 프로팀의 상황인 것 같은데 선수들이 편하게 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승우는 올 시즌 출전 시간이 적다. 그럼에도 경기장 위에서 매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비결을 묻자 "전북에 처음 왔을 때 단장님께서 팀이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시즌 중간에 왔음에도 건강한 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작년에 워낙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력했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그래도 이겨내고 선수들끼리 더 건강하게 팀을 유지하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승우는 "경기를 못 뛰는 건 솔직히 모든 선수들이 기분은 안 좋을 거다. 하지만 건강한 경쟁을 통해서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하는 게 선수의 몫이다. 선택을 하는 건 당연히 감독님의 몫이다. 우리끼리 문제는 전혀 없다. 건강하게 경쟁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이승우는 경기를 마친 뒤 이도현 전북 단장과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단장님께선 내가 골을 넣은 줄 알았다고 하셨다. 항상 경기가 끝나면 오셔서 한마디씩 해주신다. 나를 믿고 있고 응원한다고 해주신다. 오늘은 농담식으로 얘기하셔서 나도 감사하다고 했다. 팀이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