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랏? 7연패 했는데 아직도 1위? 심지어 2위와 게임차도 여전해
OSEN
2025.06.17 17:10
17일 지바 롯데전에 선발로 나가 패전 투수가 된 사이키 히로토. 한신 타이거스 공식 SNS
[OSEN=백종인 객원기자] 또 졌다. 마지막 승리가 감감하다. 벌써 열흘 전이다. 그 사이 7연패를 당했다. 그것도 걸핏하면 역전패다. 7번 중에 6차례가 뒤집힌 승부다. 허탈함, 분함이 곱절은 된다.
어제(17일)도 그랬다. 3회 말 1점, 선취점을 뽑았다. 하지만 7회에 뒤집혔다. 1-3으로 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도대체 점수를 뽑지 못한다. 타선 전체가 흐느적거린다. 안타 5개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나.
중심 타자라고 딱히 나을 것도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하다. 4번 사토 데루아키는 혼자서 삼진을 4개나 당했다.
상대는 꼴찌 팀(지바 롯데 마린즈)이었다. 그것도 홈에서 당한 망신이다. (17일 고시엔 구장, 한신-지바 롯데)
하지만 진짜 별 일은 따로 있다. 7연패를 당해도 끄덕 없다. 팀 순위는 달라지지 않는다. 떡~ 하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심지어 2위가 턱밑까지 쫓아온 것도 아니다. 아직도 2.5게임 차이를 유지한다.
일본 프로야구(NPB) 센트럴리그의 선두 한신 타이거스의 얘기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비밀이 있다. 교류전(交流)이라는 경기 방식 때문이다.
교류전이란 서로 다른 리그끼리 하는 게임이다. 각 팀당 18경기씩을 치른다. 상대편 리그 6팀과 각각 3연전(6*3=18)을 펼치는 셈이다.
그걸 정규 시즌 성적에 포함시킨다. 메이저리그의 인터리그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그러니까 한신의 7연패는 모두 퍼시픽리그에 당한 것이다. 세이부 라이온즈에 3연패, 라쿠텐 골든이글스에 3연패, 롯데에 1패…. 그런 식이다.
이런 상황은 공교롭게도 센트럴리그의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2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도 이 기간에 1승 6패를 당했다. 또 3위 히로시마 카프는 2승 5패로 부진했다.
똑같이 헤매고 있다. 그러니 1위 한신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설명한 대로 교류전은 정규 시즌 성적에 포함된다. 그러나 자체적인 시상도 한다. 예전에는 ‘우승’이라고 부른 적도 있다. 요즘 호칭은 ‘최고 승률팀’이다.
현재까지 (교류전) 순위표를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사상 유례가 없는 기형적인 상황이 벌어진 탓이다. 1위~6위는 모두 퍼시픽리그 팀들이다. 그 아래 7위~12위는 센트럴리그 팀들로 이뤄졌다. 마치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나눠 놓은 것 같다.
일본 팬들도 한 마디씩 한다. ‘7연패 했는데도 멀쩡하네, 수수께끼의 순위표다’, ‘세리그(센트럴리그)는 모두 어디에 숨은 거냐’, ‘파리그(퍼시픽리그) 꼴찌한테도 쩔쩔매는구나’…. 그런 조롱과 비웃음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넘친다.
특히 한신 팬들의 실망이 크다. 순위 여부와 관계없다. 최근의 무기력한 경기력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운다.
급기야 17일에 열린 모기업(한큐 홀딩스)의 주주 총회에서도 이슈가 됐다. 한 남성 주주가 발언권을 얻어 이렇게 지적했다.
“후지카와 규지 감독은 조직을 묶는 리더로서 자질이 부족하다. 등번호 22번도 어색하고, 건방지다. 감독다운 70번이나 80번을 달아야 한다. 그리고 참모역 코치도 둬야 한다.” 그러면서 새 감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는 것이 매체의 보도 내용이다.
전임자 역시 손절 모드다. 7연패 경기의 TV 중계 때였다. 캐스터가 해설을 맡은 오카다 아키노부 전 감독에게 묻는다. “이렇게 연패에 빠졌을 경우에 팀 분위기는 어떻게 추슬러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러자 오카다 전 감독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번트 착실히 대고, 기습 같은 걸로 요행수를 바라면 안 된다. 한신은 강하다는 믿음을 갖고 평범함을 추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론이 묘하다. 그는 “글쎄, 잘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긴 연패를 겪은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작년) 해임의 뒤끝이 남아 있는 멘트 아닌가’라는 생각을 들게 할 얘기였다.
한신 타이거스 후지카와 규지 감독. 한신 타이거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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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인([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