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해운사, '원유 동맥' 호르무즈 해협 우회 움직임"
항공사들은 이란 등 피해 '우회 비행'
"중동서 하루 3천편 이상 운항 취소"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 중인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세계 해운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해운 선주단체인 빔코(BIMCO)의 야코프 라르센은 해운업계가 무력 충돌 확대를 우려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가 "완만히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대다수 선주가 계속 운항하는 쪽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피터 터슈웰도 해운사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징후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홍해에서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선박 공격이 있었던 지난해 사례를 거론하면서 "공격은 극소수였지만 위협 때문에 대부분의 컨테이너선이 아프리카 남부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또 후티의 선박 공격이 중단된 뒤에도 해운업계가 여전히 홍해 항로 운항을 기피하고 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위협은 물류 대혼란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독일 해운사 하파트로이드 측은 당장 해협을 지나는 데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상황은 단기간에 바뀔 수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카타르 당국이 긴장 고조 속에 이날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들에 선적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 밖에서 대기하도록 요청하는 등 주의를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유조선 2척이 충돌해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전투기 수십 대를 동원해 이란 군사·핵 시설 등을 선제공격했고 이란도 반격하면서 양측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거나 이곳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석유와 가스의 수출 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와 석유의 상당 부분이 지나간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지금의 2배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이번 충돌 이전에 배럴당 65달러를 하회했던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75달러대로 오른 상태다.
화물 운임도 급등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의 16일 자료를 보면 중동에서 중국으로 가는 유조선 운임은 13일 기준 24% 뛰었다.
한편 미사일과 전투기 등을 동원한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의 공격으로 항공사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에어프랑스-KLM, 루프트한자, 위즈에어를 비롯한 전 세계 150여개 항공사가 운항을 취소하거나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이번 사태 이후 중동에서 하루 3천편 이상의 운항이 취소됐고, 항공사들이 이란·이라크·시리아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영공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아시아로 갈 때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는 유럽 항공사들이 이번에 특히 타격을 받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루프트한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아시아로 가는 데 한 시간이 더 걸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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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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