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손흥민(33·토트넘 홋스퍼)이 유럽 잔류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제안이 쏟아지는 가운데 친정팀 바이엘 레버쿠젠이 조용히 그의 귀환을 타진한 사실이 알려지며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토크스포츠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레버쿠젠이 지난 5월부터 손흥민 측과 접촉을 시작했다”며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 중인 손흥민에게 유럽 잔류는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라고 보도했다. 이적시장 전문가 벤 제이콥스 또한 “레버쿠젠은 아직 공식 제안을 하진 않았지만 복귀 가능성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토트넘과 손흥민의 동행도 마침표를 향해 가고 있다. 현재 계약은 2026년 6월까지 1년을 남겨둔 상태로 토트넘 입장에서는 이번 여름이 이적료 회수의 마지막 기회다. 손흥민 역시 5월 유로파리그 우승을 끝으로 주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여름은 손흥민 커리어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페네르바체, 알 아흘리, 알 나스르 등 해외 구단들의 접근이 이어지는 가운데, 레버쿠젠의 이름이 등장한 것은 단순한 '복귀 감성'을 넘는 실질적인 선택지로 해석된다. 손흥민은 레버쿠젠에서 2013년부터 2시즌간 활약하며 29골을 기록, 토트넘 이적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구단들은 손흥민 영입을 위해 4000만 유로(633억 원)의 이적료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무리뉴 감독이 직접 연락한 페네르바체는 연봉 190억 원을 보장하겠다는 제안까지 곁들여 초대형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의 우선순위는 여전히 유럽 무대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말하기보다는 기다리는 게 맞다”며 이적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는 과거 “대한민국 주장은 사우디에 가지 않는다”고 단언했던 태도에서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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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쿠젠행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박지성의 복귀 루트를 떠올리게 한다. 박지성은 맨유와 QPR 생활을 마친 뒤 유럽 커리어의 출발점이었던 PSV로 돌아가 유종의 미를 거뒀다. 손흥민 역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모든 것을 이룬 만큼, 자신을 유럽 빅리거로 키운 레버쿠젠에서 마무리를 고민할 만하다.
레버쿠젠은 2024-2025시즌 분데스리가 2위를 차지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했다. 손흥민에게는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UCL 무대 진출이 가능한 유일한 선택지이기도 하다. 반면, 사우디 리그는 월드컵 대비 측면에서 매력도가 떨어진다.
변수도 존재한다. 사비 알론소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고 팀의 중심이던 비르츠와 조나탄 타는 각각 리버풀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을 확정했다. 전력이 와해된 레버쿠젠은 사실상 재편 단계다. 그러나 그라니트 자카를 중심으로 한 2선 조합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손흥민의 레버쿠젠 복귀에는 또 다른 장애물도 존재한다. 바로 ‘기억’이다. 과거 독일 생활 당시 손흥민은 경기 외적으로 수차례 인종차별을 겪으며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이 부분이 복귀에 있어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손흥민의 이적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더 타임즈는 “토트넘은 오는 8월 3일 서울에서 열리는 뉴캐슬과의 친선경기를 손흥민 활용의 마지막 무대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업적 가치를 모두 소진한 이후에야 이적을 허용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이어 “토트넘이 장기 재계약을 제시했지만 손흥민이 이를 거절했다”며 “손흥민 스스로도 이제는 새로운 도전에 마음을 열었다”고 전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