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유서깊은 '팔레 윌슨'서 자금난에 조기 퇴거하기로
국제연맹 첫 본부이자 유엔 인권 본부…임대 종료 앞당겨질듯
국제연맹 첫 본부이자 유엔 인권 본부…임대 종료 앞당겨질듯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유엔이 심각한 자금난에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팔레 윌슨'에서 일찍 짐을 쌀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분담금 중단 여파로 재정난을 겪는 유엔은 2026년 예산을 재조정하면서 각 기구에 최대 20% 예산 삭감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유엔제네바사무국(UNOG)이 내년 중반부터 팔레 윌슨에서 조기 퇴거를 제안했다고 로이터가 두 소식통과 유엔을 인용해 전했다.
UNOG는 팔레 윌슨을 스위스 재단에서 30년간 약 3천600만스위스프랑(약 604억원)에 임대해 사용 중이다. 2027년 만료되는 임대 계약을 1년 앞당겨 종료한 뒤 임대료가 더 저렴한 건물로 옮겨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라 벨루치 UNOG 대변인은 "UNOG는 2026년 예산 재조정의 하나로 팔레 윌슨의 임대 종료를 앞당기는 방안을 예산안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약 225개의 사무실이 있는 팔레 윌슨은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의 첫 본부로 사용됐던 유서 깊은 건물이다. 현재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본부로 활용되고 있다. 이 건물은 제1차 세계대전 후 국제평화와 협력을 위해 노력한 당시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로이터는 "팔레 윌슨은 국제 협력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건물 중 하나"라며 "미국의 다자주의 이탈이 유엔 체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제러미 로런스 OHCHR 대변인은 "유엔은 비용 절감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며 "그 일환으로 인권의 상징 팔레 윌슨에서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또 "재정 위기의 영향은 이 한 건물 이전에 그치지 않으며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지원 삭감이 유엔 인권 활동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된 배경에는 전체 예산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의 분담금 미납 사태가 있다.
올해 유엔 정기 예산은 약 37억달러(약 5조원)이며 최대 분담국인 미국은 연간 약 7억4천만 달러(1조원)를 부담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올해를 포함해 약 15억 달러(약 2조원)의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서 유엔 재정 상태는 급속히 악화했다.
미국은 지난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서 잇따라 탈퇴했다. WHO의 의사결정이 중국에 치우쳤고 회원국 분담금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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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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