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마약왕 엘차포' 도왔던 변호사, 멕시코 판사선거 당선
"카르텔 유착" vs "흉악범도 조력 받을 권리 있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에서 시행된 법관 선거에서 과거 악명 높은 '마약왕'에게 법률 조력을 한 변호사가 당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와와주(州) 선거관리위원회(IEE)의 법관 선거 개표 현황을 보면 북부 치와와주(州) 미국 접경 아우마다 지역에서 실비아 로시아 델가도(51) 변호사가 형사법원 판사에 당선됐다.
그는 규정상 남성·여성 따로 진행한 선거에서 5명의 여성 당선인 중 2번째로 많은 표(2만3천605표)를 얻었다. 전체 후보자 수는 43명이었다.
델가도 판사 당선인은 미국 언론에서 멕시코 법관 선거를 비판 조로 다루는 기사에 주로 등장했던 인물이다.
과거 미주 대륙을 주름잡은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의 법률 조력을 했던 이력 때문이다.
엘차포는 불법 마약밀매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시날로아 카르텔의 우두머리였다.
멕시코에서 땅굴 등을 이용해 두 차례나 탈옥해 도주극을 벌였던 엘차포는 미국으로 인도된 이후 2019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델가도 판사 당선인은 멕시코 당국의 범죄인 인도 결정 직전까지 엘차포를 도왔다고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가 보도했다.
그의 판사 선거 출마는 이 때문에 유세 기간 논란거리 중 하나였다.
멕시코 인권단체인 '데펜소레스'는 카르텔과 관련한 판결 오염 가능성을 우려하며 델가도를 '고위험 후보 20인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델가도는 그러나 "흉악범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변호인의 법률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내가 직접 범죄를 저지른 바도 없다"고 항변해 왔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좀비 마약' 펜타닐의 미국 내 공급·유통처로 주시하는 범죄 단체다. 지난 2월 미 국무부에서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한 카르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앞서 멕시코 유권자들은 지난 1일 투표를 통해 대법관 9명을 포함한 연방판사 881명과 지역 사법부 구성원 1천600여명 등을 선출했다.
저조한 투표율(13.02%), 친(親)여당 측 후보 무더기 당선, 부정선거 등 각종 논란 속에 보름 넘게 진행된 개표는 이번 주 중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림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