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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걷다가 시내 헤집는 매력…이곳이야말로 '길의 도시'

중앙일보

2025.06.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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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2025 글로벌 강릉 트레일 페스타’가 열린 경포 해변. 참가자 1200여 명이 해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해송숲 너머로 경포 호수가 보이고 그 너머로 대관령이 보인다. 손민호 기자
강릉은 길이다. 산도 아니고, 바다도 아니고, 호수도 아니다. 대관령 너머 거울 같은 경포를 머금은 고장이 동해를 바라보고 들어앉았는데, 무슨 길 타령이냐고? 저런, 강릉은 산도 바다도 호수도 다 좋지만, 길이 제일 좋다. 길을 걷다 보면 강릉이 자랑하는 산과 바다와 호수를 모두 만날 수 있어서다.

지난 13∼16일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2025 글로벌 강릉 트레일 페스타’가 열렸다. 강릉시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후원하고 ㈔강릉바우길이 주관한 국제 걷기축제 행사다. 제주올레·지리산둘레길·부산갈맷길 등 17개 국내 트레일 단체와 일본·대만 등 4개국 11개의 해외 트레일 단체가 일반 참가자 1200여 명과 함께 강릉을 걸었다. 그런데 왜 강릉일까. 맨 앞에서 분명히 밝혔다. 강릉이야말로 길의 도시라고.




걷기여행 천국 강릉

14일 열린 강릉 트레일 페스타에서 남항진 솔바람다리를 건너고 있는 참가자들. 손민호 기자
국내 트레일 중에서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4대 트레일’이 있다. 제주올레, 지리산둘레길, 부산 갈맷길, 그리고 강릉바우길. 4개 트레일 모두 저마다 사단법인이 길을 만들고 가꾸고 운영한다. 이들 트레일은 스스로 ‘관광 목적지’가 된 지 오래다. 여행하려고 길을 걷는 게 아니라, 길을 걷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해파랑길과 강릉바우길 이정표. 손민호 기자
이 중에서 강릉바우길은 강릉을 넘어 강원도를 대표하는 트레일이다. 모두 17개 코스로 길이는 240㎞다. 강릉시 북쪽 주문진부터 남쪽 옥계까지 해안 대부분을 잇고, 대관령을 낀 백두대간을 타기도 하고, 경포 호수를 비롯한 강릉 시내 구석구석을 헤집는다. 정규 코스 말고도 울트라바우길(100㎞), 계곡바우길(20.5㎞), 아리바우길(132㎞) 같은 테마 트레일도 있다. 강릉 커피 투어를 나서도, 해변이나 계곡으로 물놀이를 떠나도, 백두대간 트레킹을 감행해도, 문화역사기행을 기획해도 강릉바우길만 걸으면 다 해결된다.

강릉바우길의 해안 구간이 동해안 종주 트레일 해파랑길과 고스란히 겹친다. 해파랑길 35코스부터 40코스까지 모두 80.4㎞ 구간을 강릉바우길과 해파랑길이 같이 쓴다. 강릉바우길이 있어 해파랑길이 시작됐고, 해파랑길을 잇고 나니까 대한민국 경계를 아우르는 코리아둘레길을 열 수 있었다.
13일 강릉 트레일 페스타 개막식에 참석한 국내외 트레일 관계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손민호 기자
제주올레·지리산둘레길·강릉바우길 등 전국 15개 트레일 단체가 가입한 ‘한국걷는길연합’의 장보선 이사장은 13일 열린 강릉 트레일 페스타 개막식에서 “걷기여행은 지역을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여행”이라고 강조했다. 백 번 만 번 공감한다.
차준홍 기자



해송 그늘 따라 10리 길

14일 강릉 트레일 페스타에서 해송숲길을 걷고 있는 참가자들. 손민호 기자
14일 강릉 트레일 페스타가 열린 트레일은 강릉바우길 5코스 일부(5.5㎞)와 6코스 일부(7.7㎞)다. 해파랑길에 적용하면 39코스와 38코스에 해당한다. 축제 코스의 길이는 13.2㎞다. 전체 코스가 버거우면 동해안을 따라 이어진 5.5㎞ 구간만 걸어도 됐다.

걷기 축제가 열린 13.2㎞ 구간만 해도 강릉의 대표 명소가 수두룩하다. 출발 장소가 동해안 최대 해수욕장인 경포 해변이다. 경포 해변 바로 옆에 경포 호수가 있고, 호수 아래에 요즘 관광객으로 미어터지는 초당 순두부 거리가 있다. 요즘 초당 순두부 거리의 ‘잇템’이 있다. 순두부 젤라토. 너 나 할 것 없이 젤라토 한 손에 들고 순두부 거리를 거닌다.
강릉 초당 순두부 거리에서 팔고 있는 순두부 젤라토. 손민호 기자
경포 해변에서 남쪽으로 해안을 따라 걷는데, 강릉바우길 5코스가 끝나는 남항진까지 장장 5㎞가 넘는 해송숲길이 이어진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해송숲길로, 숲길 그늘에서 동해를 옆에 끼고 걸을 수 있다. 길이 평탄해 산책 삼아 숲길을 걷는 일반 관광객도 많다. 걷다 지치면 바로 바다로 뛰어들어도 된다.

남항진을 가다 보면 안목 커피 거리가 나온다. 전국 명소로 떠오른 강릉 커피 거리가 바로 이곳이다. 안목항에서 울릉도 가는 배가 뜬다. 남항진에서 6코스로 넘어가서 축제 코스가 끝나는 월송정까지 가면 중앙시장 건너편이다. 강릉 최대 전통시장으로 소머리국밥·활어회·닭강정 등 먹거리가 풍성하다.
14일 강릉 트레일 페스타 시작 전 몸 풀기 운동을 하는 참가자들. 손민호 기자
강릉바우길 이기호 상임이사는 “처음으로 강릉에서 국제 걷기축제를 열었다”며 “내년에는 제주올레 걷기축제처럼 1만명 넘게 참가하는 대형 축제로 키워 보겠다”고 말했다.






손민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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