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이석우 기자]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롯데는 홍민기가, 방문팀 한화는 엄상백이 선발 출전했다.롯데 자이언츠 선발 투수 홍민기가 역투하고 있다. 2025.06.18 / [email protected]
[OSEN=부산, 조형래 기자] ’159km-156km-156km’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투수들의 ‘구속 혁명’을 주도하는 팀으로 떠오르고 있다. 꽤 많은 젊은 선수들이 2군이 있는 상동에서 탈바꿈 해서 1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군에서 많이 좋아져서 온다”라면서 김태형 감독도 젊은 투수진이 성장해서 1군에 올라오는 모습을 흡족해 했다.
당장 18일 사직 한화전 깜짝 선발 투수로 등장했던 좌완 파이어볼러 홍민기가 대표적이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더 출신이었지만 그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본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였지만 부상에 발목 잡히면서 성장이 정체됐다.
하지만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벌크업을 하면서 체구를 키웠다. 지난해에도 150km 가까운 구속을 던졌지만 잠재력이 완전히 터지지 않은 수준이었다. 결국 올해, 홍민기는 최고 155km의 구속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로 진화했다. 18일 사직 한화전 선발 투수로 등판해 4이닝 61구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의 역투를 펼치면서 팀의 6-3 승리를 이끌었다. 선발 준비를 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홍민기는 1회부터 전력투구로 한화 타선을 잠재웠다. 홍민기 뿐만 아니라 그동안 폼을 자주 바꾸면서 투수로 재기 가능성마저 의문이 들었던 2017년 1차 지명, ‘아픈손가락’ 윤성빈도 2군에서 최고 159km의 빠른공을 던지는 우완 파이어볼러로 탈바꿈 됐다. 이미 고교 유망주 시절에도 150km가 넘는 공을 뿌렸지만 올해는 이 공이 스트라이크 존 근처로 들어가면서 1군 전력화를 기대하게끔 했다. 비록 지난달 20일 사직 LG전 선발 등판해 1이닝 4피안타 6볼넷 1사구 2탈삼진 9실점으로 난타를 당했지만 최고 157km의 패스트볼에 모두 설레였다.
2022년 롯데 마지막 1차 지명 투수인 우완 파이어볼러 이민석도 2군에서 일정한 구속을 뿌리면서 제구까지 잡을 수 있게끔 투구폼을 수정했다. 키킹 이후 한 번 더 머무는 동작을 통해서 제구가 잡혔고 평균 150km대 구속을 던지는 선발 투수로 성장해 김태형 감독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인천 SSG전에서 선발 등판해 최고 156km의 강속구를 뿌렸다.
모두가 올 시즌부터 2군에 부임한 김상진 투수코치의 덕이라고도 말한다. 실제로 이들의 성장에 김상진 코치의 공이 적지 않다. 이민석은 “김상진 코치님께서 일본 투수들의 영상을 많이 보고 참고해보라고 말씀을 많이 하셨다. 몸이 빨리 앞으로 쏠려서 팔이 뒤에서 나와 제구가 들쑥날쑥했는데,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느리게 던져보면서 키킹을 하고 머무는 동작이 나에게 맞다는 것을 찾았다. 그러면서 탄착군이 많이 안정된 느낌이다”면서 “지금 폼으로 바꾸고 몸 전체에서 힘을 쓴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전에는 선발 등판 다음날, 팔꿈치 어깨 쪽 근육이 뻐근했는데 지금은 등 허벅지 등 몸 전체가 뻐근하다”고 말했다.윤성빈도 “겨울에 센터에서 잘 준비했고, 햄스트링을 다쳐서 3군(드림팀)에서 김현욱 코치님과 하체를 잘 다지고 올라왔고 또 김상진 코치님과 팔 스로잉 부분을 잘 수정했던 게 잘 맞았다. 그러면서 구속도 많이 올라오고 제구도 좀 안정적이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상진 코치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지는 않았지만 재활군에서 신체 역학적인 지도가 강점인 김현욱 코치의 지도를 받은 최준용 역시 어깨 수술과 팔꿈치 통증을 털고 돌아와 153km대의 강한 공을 뿌리고 있다. 최준용은 “힘을 쓰는 방향을 사선에서 수직적으로 바꾸면서 공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김상진 코치는 ‘상진매직’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친다. 2군에서 1군으로 올려보낸 선수들이 많음에도 “나는 거품이다. 누구 한 명에 의해서 팀이 바뀔 수 있는 그런 위치는 내가 아니다”고 멋쩍게 웃으면서 “여러 부분들이 잘 어울려서 가다 보니까 좋은 부분들이 눈에 띄고 있다. 또 하루 아침에 좋아질 수는 없지 않나. 그냥 잘 할 때가 되어서 잘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선수 본인들도 이제 잘 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김상진 코치는 바이오메커닉에 대해서 강조했다. “우리가 바이오메카닉을 잘 운영한다. 코치들과 선수들이 함께 의욕적으로 하려고 하다 보니까 시너지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바이오메카닉 팀에서 영상을 찍고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필요한지를 알게 되니까 코치들과 함께 상의를 해서 어떤 부분들을 보완해야 할지 도움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주먹구구식으로 했지만 요즘은 그러면 안된다. 과학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한테도 접근을 잘 할 수 있고 어떻게 적용할 지 고민하고 기본 원리들을 조금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려고 한다”며 “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힘을 제대로 쓰는 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본인이 몸을 편안하게 쓸 수 있게끔 만들고 그 속에서 일관성 있는 동작들이 나오게끔 방향을 설정해주고 있다. 그렇게 지도를 하다 보니까 본인도 이해력도 올라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상진 코치가 말하는 바이오메카닉 팀의 정식 명칭은 퓨처스 퍼포먼스센터다. 롯데는 지난 2019년 9월 데이터를 분석하는 R&D팀을 신설했지만 올해 초,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이 R&D팀을 폐지 시켰다.
롯데 김상진 코치
대신 이 인원들을 운영팀과 육성팀에 나눠서 배속시켰다. 일부 인원들은 운영팀 편성파트에서 1군 선수들과 함께 동행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피드백을 주고 있다. 전지훈련 원정 경기 모두 동행하며 1군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R&D팀 대다수의 인원들이 육성팀으로 배정됐고 퍼포먼스센터라는 이름 하에 근무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직구장으로 출근했던 R&D팀 인원들이었지만 퓨처스 퍼포먼스센터는 아예 김해 상동구장으로 출근한다. 사무실이 상동구장에 차려져 있다.
과거에도 현장 지원을 안 나갔던 것은 아니지만 사무실에서 주로 업무가 이뤄졌다. 이제는 현장 중심, 선수 개별 육성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게끔 업무를 개편했다. 데이터적으로, 바이오메커닉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육성의 현장에서 곧바로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기본적인 트랙맨 장비에 더해 모션캡쳐 장비, 지면 반력 측정기, 볼 트래킹 장비, 초고속카메라, 속도기반 트레이닝 장비 등이 모두 상동구장에 구비되어 있다. 예전부터 구비해 놓은 장비들을 이제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끔 조직 구조를 개편했다. 신체 역학적 데이터를 분석해 힘을 효율적으로 완전히 쓸 수 있게끔 투구폼을 바꾸면서 구속을 끌어올리는 트레이닝 센터인 미국 드라이브라인 센터를 상동으로 옮겨놓은 것과 같은 효과다.
구단 고위 관계자들은 그동안 ‘롯데는 투수 육성의 무덤’이라는 말에 항상 비수를 꽂혀 왔다. 하지만 조직의 효율적인 변화, 유능한 지도자의 영입 등으로 롯데는 투수 육성의 산실로 조금씩 탈바꿈 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