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단독 인터뷰①에 이어) "역대 복면가수만 2079명이 다녀가셨더라고요". 10주년 500회라는 '복면가왕'의 역사에는 그 시간을 가득 채운 역대 복면가수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깨지지 않는 '아홉수' 같은 9연승 징크스, 10연승을 기록해줄 역대급 가왕은 제작진도 기다리고 있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이 오는 22일 500회를 맞는다. 지난 2015년 4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해 올해로 방송 10주년까지 맞은 상황. 나이, 신분, 직종을 숨긴 스타들이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뽐내는 음악 버라이어티 '복면가왕'은 이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국민 예능이 됐다. 더욱이 적은 회차의 시즌제가 일반적인 현재 방송가 예능 시장에서 '복면가왕'은 보기 드문 장수 예능으로 꾸준히 일요일 밤을 지키고 있다. 이에 OSEN은 지난 12일 10주년 500회 특집 녹화를 마친 다음 날,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복면가왕'의 연출을 맡고 있는 장효종 PD와 만나 프로그램의 대기록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그램의 긴 시간을 증명하는 가장 간결한 지표는 출연자 수다. 장효종 PD는 "역대 '복면가왕'에 출연한 복면가수 분들을 저희가 세어봤는데 2079명이 나오셨다. 재출연한 분들도 계시니 출연 횟수나 복면 수로 치면 더 많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저희 제작진이 항상 그 데이터를 수집한다. 언제, 어디서, 어느 복면가수가 나와서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를 저희 만의 엑셀 파일로 정리해서 간직하고 있다"라며 "디테일하게는 복면 모양이 사물인지, 인간형인지 두상이 강조됐는지까지 모두 세세하게 기록해두고 있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에 장효종 PD는 "그런 점에서 저희 '복면가왕' 작가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포털사이트 나무위키에 시청자 분들이 차곡차곡 모아주신 기록들이 있지 않나. 그에 준하게 저희 만의 데이터를 작가님들이 빠짐 없이 모아주신 거다. 시간이 지나면서 재출연하는 분들이나 전에 나왔던 곡을 선곡하시는 경우가 생기긴 했는데 저희 작가님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 번 출연은 안 된다거나, 적어도 4~5년 전에 나오신 분들께 재출연 기회를 드리거나, 선곡도 적어도 2년 이내에는 겹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공들여 섭외한 복면가수들 사이 가왕의 영광을 차지한 사람들은 극소수다. 그 중에서도 최다연승 기록은 약속이라도 한 듯 '9연승'에 머물러 있다. '음악대장' 하현우, '희노애락도 락이다'의 터치드 윤민, '꽃보다 향수' 정준일까지 모두 9연승에 그쳤다. 이를 두고 '복면가왕' 팬들 사이엔 "아홉수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 장효종 PD는 "누구보다 저희 제작진이 그 기록을 깨줄 10연승의 가왕을 기다린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OSEN DB.
다만 그는 "가왕 분들의 부담감과 책임감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가왕'에 걸맞은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듯 하다. 옆에서 지켜본 입장에서는 실제로 부담은 6연승부터 8연승까지가 제일 크신 것 같다. 그 때 쯤 되면 역대 가왕 분들이 다들 무대 한 번 하면 거의 탈진할 것처럼 기진맥진 하셨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가장 최근 가왕에서 내려오시고 9연승 기록을 세운 '꽃보다 향수' 정준일 씨도 원래 무대 공포가 있어서 땅만 보고 노래하시는 습관이 있는데 복면에 가려서 안 보이니까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게 늘었다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고양감이 점점 커졌다"라고 밝혔다.
심지어 장효종 PD는 "저희 음악감독님이 예전 '나는 가수다(약칭 나가수)'도 하신 분인데 가왕 분들이 연승을 거듭하면 '나가수 하는 것 같아'라며 긴장하신다. 그만큼 무대 하나하나에 다들 긴장하고 예민하고 꼼꼼하게 경연을 치른다. 그런 의미에서 '꽃보다 향수' 정준일 씨에서 현재 가왕 '앤틱 거울'로의 전환이 나름 큰 의미가 있는 전환점이었다. 정체가 알려질까 싶어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앤틱거울' 님이 10연승도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분이라 생각한다"라며 웃었다.
나아가 그는 "저희 현장 판정단 분들이 매번 다른 분들을 모집하는데 하나같이 다들 냉정하시다. 일단 음악적 소양이 굉장히 높으시고 판정에 있어서는 날카롭게 선택하신다. 소위 '얄짤 없는' 편"이라며 "과거에는 목소리를 알 것 같은 분이면 떨어트리는 경향이 강했다. 가수 케이윌 씨가 명성 답게 정말 노래를 잘 하셨는데 목소리를 감추지 못해서 탈락하셨다. 초기 가왕인 김연우 씨도 목소리 감추는 게 더 신경 쓰였다고 하실 정도였는데 요새 현장 반응은 다르다. 무대가 좋다, 아니다에 대한 판정단 개개인의 판단이 더욱 정확해졌다. 누가 들어도 잘한 무대를 승자로 선택하신다"라고 강조했다.
예리한 일반인 판정단과 시청자들의 심미안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작진이 또 섭외하고 싶은 2079명에 들지 않았던 출연자도 있을까. "개인적으로 문명진 씨를 꼭 해보고 싶다"라고 밝힌 장효종 PD는 "아직 못 뵌 분이 박정현 씨도 있고, '나가수' 때를 기억하는 소위 시청자 분들 보시기에 '가왕 다운 가왕' 분들을 꼭 보시고 싶다는 욕구는 항상 있다. 인연만 닿으면 '김나박(김범수, 나얼, 박효신)'도 당연히 모시고 싶다. 저희는 절대 어떤 경우에도 섭외에 닫혀있는 게 없다. 언젠가 '복면가왕'에서 그 분들의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