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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장관 "민주화시위 때 집단 성폭행 사건은 풍문" 발언 논란

연합뉴스

2025.06.1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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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인니 여성 다수 피해…前경찰청장도 "모르면 말하지 말라" 비판
인니 장관 "민주화시위 때 집단 성폭행 사건은 풍문" 발언 논란
중국계 인니 여성 다수 피해…前경찰청장도 "모르면 말하지 말라" 비판

(서울=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인도네시아 장관이 27년 전 독재 정권의 퇴진으로 이어진 민주화 시위 당시 중국계 여성들이 피해를 본 집단 성폭행 사건을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트타임스에 따르면 파들리 존 인도네시아 문화부 장관은 지난 11일 온라인 방송에서 1998년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은 단순한 소문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집단 성폭행 사건은 수하르토 독재 정권의 붕괴로 이어진 1998년 5월 민주화 시위 당시 수도 자카르타 등지에서 벌어졌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여파로 인도네시아에서 물가가 폭등하고 실업률과 빈곤율도 급증하자 1967년부터 32년 동안 장기 집권한 수하르토 당시 대통령을 향한 불만도 커졌다.
이듬해 대학생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했고, 같은 해 5월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자 시위가 폭동 수준으로 번졌다.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인도네시아 주민들은 주요 상권을 장악한 화교들을 표적으로 삼았고, 중국계 여성들이 집단 성폭행을 당하거나 살해되기도 했다.
당시 여성 단체는 폭동 과정에서 자카르타에서만 최소 여성 160여명이 성폭행을 당했으며 피해자 대부분이 중국계라고 주장했다.
1998년 폭동은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옛 사위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현 대통령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수하르토 정권에서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복무하며 파푸아와 동티모르 등지에서 반정부 세력을 강경 진압하고 민주화 운동가들을 납치했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존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소셜 미디어에서는 인권 활동가와 전직 경찰 고위 간부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우스만 하미드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사무국장은 당시 정부가 구성한 진상조사 합동 기구의 조사 결과를 들며 집단 강간 사건은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조사단은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성폭행과 성추행 등 모두 80여건이 발생했으며 대부분은 집단 성폭행이었다고 밝혔다.
우스만 사무국장은 "(파들리 장관의 발언은) 치명적 실수"라며 "(당시) 집단 성폭행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오만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우그로세노 전 인도네시아 국가경찰청장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파들리 장관은 1998년 상황을 모르면 너무 많은 말을 하지 말라"며 "피해자들은 당신의 발언으로 상처받았다"고 비판했다.
파들리 장관은 수하르토 독재 정권에 반대한 유명 학생 운동가 출신으로 당시 거리 시위를 조직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오는 8월 17일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에 맞춰 발간할 새 역사책 집필 작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과거 수하르토 독재 정권과 프라보워 현 정권을 미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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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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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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