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美 군사개입 왜 경계하나…"이란 붕괴시 러 심각 타격"
러, 중재 역할 재차 자처…이란 군사원조 제공에는 일단 선 그어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러시아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국면에서 중재 역할을 자처하며 미국의 군사개입에 반대하고 나선 건 이란 정권 붕괴 시 자국에도 타격이 미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외신의 진단이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분석 기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에 미군이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러시아 측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란 내 핵시설 등을 기습공격하면서 양국 간에 무력 분쟁이 발발하자 곧장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충돌 당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잇달아 통화를 하고 양국을 중재해 갈등 완화를 주선할 뜻을 내비쳤다.
이어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중재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현 상황에서 중동 상황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1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을 멈추기 위한 방안을 모두가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러시아의 군사개입 가능성에는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란 정부가 러시아에 군사원조를 요청한 적이 없고, 양국이 올해 초 체결한 '전략적 동반자 협약'에도 그러한 성격의 원조와 관련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와 관련이 있는 한 소식통도 러시아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직접 개입하기는커녕 이란에 무기를 제공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최우선 과제는 현재 개선추세인 미국 새 행정부와의 관계를 훼손하거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이 바뀌는 결과를 촉발할 수 있는 어떠한 움직임도 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란과 러시아의 중동 정책을 연구해 온 국제문제 전문가 니키타 스마긴은 "러시아는 이란을 위해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대립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런 까닭에 러시아가 이란을 군사적으로 보호하지 않을 것이란 점은 오래전부터 명확했던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결과적으로 중동권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이란 신정 체제가 무너질 경우 작년 12월 시리아에서 친러 성향의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붕괴했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이 미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외교정책 전문가 하나 노테는 "(이란) 정권이 무너진다면 이란 내의 러시아 자산과 영향력을 유지하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동이 친미 성향 국가들 일색이 되는 것이라면서 "이건 러시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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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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