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 위에 벨트를 차듯 로봇을 입고 양 허벅지를 구동기(로봇의 관절이나 부위를 움직이게 하는 장치)와 연결시켰다. 2.8㎏ 로봇의 무게가 느껴진 것도 잠시, 마치 내 몸처럼 로봇과 하나가 됐다. 보행 보조 모드에서는 한결 가벼워진 느낌으로 로봇의 도움을 받아 걸음을 걸었고, 저항 훈련 모드에서는 급물살을 헤치고 나아가듯 강한 저항에 맞서 자연스레 다리 근육에 힘을 줬다.
19일 로봇 업체 엔젤로보틱스는 노약자와 경증 보행 장애 환자를 위한 웨어러블(입는·wearable) 로봇 ‘엔젤슈트 H10’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3등급 인증을 받은 이 회사의 대표 모델 '엔젤렉스 M20’가 하반신 불완전마비(감각이 일부만 남아있는 상태) 등 중증 보행 환자를 위한 로봇이라면, 엔젤슈트 H10은 회복기에 접어든 경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걸음이 불편한 노약자나 관절·척추 수술 후 일상 복귀를 앞둔 재활 환자들이 퇴원 직전 병원에서 사용하게 된다. 지난 2월 의료기기 2등급 인증을 받았다.
조남민 엔젤로보틱스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의 하드웨어 만큼 집중한 부분이 소프트웨어와 AI(인공지능)”라고 말했다. 먼저, 데이터 축적과 모니터링을 제공하기 위해 전용 앱 ‘안젤라 프로’를 개발해 로봇과 연동시켰다. 사용자는 앱을 통해 보행보조, 앉기서기보조, 관절운동제한, 저항훈련(물속 걷기 효과), 부하조절(우주 걷기 효과) 등 5개의 모드로 맞춤형 훈련을 할 수 있다.
또 재활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의 핵심인 ‘(인간의) 행동 의도 파악’ 및 ‘힘 제어’ 기술에 AI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AI를 통해 사용자가 움직일 때 의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로봇이 이에 맞게 보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엔젤슈트 H10의 출시로 엔젤로보틱스는 경증 환자까지 웨어러블 로봇 사용의 타깃층을 확장하게 됐다. 조 대표는 “파킨슨병·만성뇌졸중·소아마비 등 다양한 질환에서 실증 연구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향후 병원을 찾지 않고도 가정에서도 직접 재활 훈련이 가능한 D2P(Direct-to-Patient) 제품을 개발 중이다. “중증부터 경증, 나아가 일상 보조까지 전체 주기의 보행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2017년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세운 엔젤로보틱스는 지난해 3월 코스닥에 상장됐고, 현재 베트남 등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팩플: 로봇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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