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정부가 러시아 국영매체 소속 언론인을 추방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19일(현지시간) 독일 슈피겔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독일 연방경찰은 지난 6일 베를린 공항에서 로시야 세고드냐 독일사무소장인 세르게이 페오크티스토프(53)의 입국을 막았다.
독일 당국은 페오크티스토프와 그의 가족에게 오는 8월19일까지 출국하라고 명령했다. 경찰은 그의 베를린 집에 찾아가 아내와 7살 딸의 여권도 압수했다. 슈피겔은 앞서 독일 이민당국이 페오크티스토프의 체류허가 연장을 불허했고 이 때문에 그가 이미 출국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고 전했다.
로시야 세고드냐는 통신사 리아노보스티와 스푸트니크 등을 산하에 둔 국영 미디어그룹이다. 서방은 로시야 세고드냐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러시아 당국 선전기구로 간주한다.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잔인한 횡포", "저급한 러시아 혐오"라며 "러시아 영토에서 일하거나 취재를 허가받은 독일 언론인들이 비슷하고 대칭적인 '거울 조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나라는 지난해 11월에도 러시아 방송 채널1(페르비카날)과 독일 공영 ARD방송 취재 인력을 서로 추방하며 갈등을 빚었다. 당시 독일 정부는 13세 독일계 러시아 소녀가 이민자들에게 납치·강간당했다는 페르비카날 보도가 허위라고 문제 삼았다.
슈피겔은 "유럽 다른 나라 이민당국은 러시아 국영매체를 그렇게 철저하게 제재하지 않는다"며 러시아 언론인 추방은 위험한 조치라는 반응이 외교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독일의 이번 조치는 러시아와 관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으로 치달은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달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전임 올라프 숄츠 총리와 달리 독일산 장거리 미사일 타우러스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러시아를 향해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메르츠 총리가 원하면 대화할 수 있다면서도 "독일을 다른 많은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립적이 아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진영으로, 어떤 경우엔 (우크라이나의) 이 적대행위의 공모자로 본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를 보내도 전황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그럴 경우 양국 관계가 "완전히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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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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