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이용자가 스스로 오르고 내릴 수 있고, 유모차에 탄 채 유아를 그대로 태울 수 있는 차.
지난 10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기아의 목적 기반 전기차(PBV) ‘PV5’의 휠체어용 라인 ‘PV5 WAV(Wheelchair Accessible Vehicle·이하 웨이브)’를 함축한 말이다. PV5는 용도에 맞게 뒷부분 모듈을 갈아 끼워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는 전기차로, PV5 라인업은 휠체어용 웨이브 외에 패신저(승객용), 카고(화물용), 샤시캡(냉동탑차 등 다용도)이 있다.
완성차 업체가 휠체어용 차량을 직접 생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해외에서도 ‘블랙캡’이라고 불리는 영국 LEVC의 ‘TX’, 일본 토요타의 ‘재팬 택시’가 전부였다. 기아 카니발 등 대형 승합차를 전문업체를 통해 개조해 쓰고 있는 국내 소비자가 PV5 웨이브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올해 4분기 출시될 PV5 웨이브는 발판 높이가 399㎜로 내연기관차인 기아 ‘카니발’(480㎜)보다 낮아 완만한 휠체어 슬로프를 별도 개조없이 장착할 수 있다. 트렁크 문 아닌 2열 탑승석에 바로 탈 수 있어 편의·안전성이 뛰어나다. 가격대는 3000만~4000만원 선으로 전망된다. 개조비까지 대략 4500만원이 드는 카니발보다 저렴할 수 있다.
휠체어용 차량 시장 자체는 크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디마켓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시장은 50억 달러(약 7조원) 규모로, 2033년 80억 달러(약 11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2조2000억 달러, 약 3034조원)의 0.2~0.3% 수준이다.
기아의 시도에 대해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영유아 동반 가족, 고령자가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차량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 시장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도전장을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지자체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는 연말부터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UD) 택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장애인 택시와는 별개로 임산부, 유모차 동반 가족, 짐이 많은 여행객 등을 위한 택시다. 기아로서는 공공 시장 납품 기회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기아는 지난달 영국 휠체어 전용 차량 리스사 ‘모타빌리티’와 유럽연합(EU) 및 영국에 PV5 웨이브 보급을 위한 협력을 체결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휠체어용 차량 도입을 앞당기고 있어 시장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