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는 환리스크를 동반한다. 투자한 해외 자산의 표시 통화가 투자 시점보다 강세면 ‘환차익’이 생기고, 반대로 약세면 ‘환차손’을 입는다.
지난 몇 년간 미국예외주의의 강화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환차익을 누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연초 대비 원·달러 환율이 약 7% 하락해 환차손을 경험하고 있다.
해외투자는 해당 자산뿐만 아니라 자산의 표시 통화까지 포함하는 포트폴리오로 보아야 한다. 자산 가격 외에도 환율 변동이 투자 수익률과 그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환스와프나 선물환 거래 등을 통해 해당 통화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환헤지’(환율 리스크 회피)를 할 수 있다. 마치 포트폴리오의 자산 비중을 결정하는 것처럼, 환헤지 비율도 투자 전략의 하나로 설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포트폴리오 투자 관점에서 적절한 환헤지 비율은 얼마일까. 주식(미 S&P500 지수), 채권(미 장기 국채), 원·달러 환율의 월간 수익률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자산과 통화의 분산 투자 효과를 분석하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데이터(2005년 6월~2025년 5월)를 분석해보니 먼저 주식투자의 경우, 환헤지 비율이 약 25%일 때 수익률의 변동성이 가장 낮았다. 그러나 이 비율을 초과하면 변동성이 다시 증가해 100% 환헤지 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의 효율성을 의미하는 샤프지수(변동성 대비 수익성)는 환헤지를 하지 않았을 때 가장 높았고, 환헤지 비율이 높아질수록 감소해 100% 환헤지 시 가장 낮았다.
다음으로 채권투자에서는 환헤지 비율이 높아질수록 변동성이 감소해 100%에서 최저치를 보였다. 샤프지수는 주식투자에서와 같은 경향을 보여, 환헤지를 하지 않았을 때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식과 채권 투자 모두 분석 기간을 5년과 10년으로 좁혀도 결과가 같았다. 결국 해외 장기 투자에서는 환리스크를 헤지하지 않고 온전히 감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국민연금 역시 이러한 이유로 환노출 전략을 선호한다.
해외투자에서 또 하나 고려 대상은 환헤지를 위한 외환 거래에 드는 비용이다. 이는 국가 간 기준금리 차이인 내외금리 차로 설명된다. 과거에는 대체로 국내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높았기 때문에 환헤지를 하면 오히려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22년부터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서 현재는 연간 약 2%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금리 역전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복리 효과까지 고려하면 환헤지 비용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