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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의 돈의 세계] 김대중의 ‘목포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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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9 08:10 2025.06.1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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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국내 원자력발전소 반대 운동의 기세는 1989년에 최고조로 차올랐다. 원전 가동 지역 주민에 반전반핵 평화운동 단체와 대학 운동권 조직이 연대했다. 그해 ‘전국핵발전소추방운동본부’가 결성됐다. 반대 근거는 원전이 위험하고 전력설비는 과잉이라는 것이었다. 타깃은 당시 영광 3·4호기로 불린 한빛 3·4호기였다. 야당도 동조했다.

원전 산업계는 야당 설득에 나섰다. 자원 빈국인 한국에서 원전은 불가결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반대가 점차 잦아들었다.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가 마침표를 찍었다. 그해 11월 말 목포를 방문해 연 기자간담회에서 원전 건설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원전 산업계에서 ‘김대중 총재의 목포 선언’이라고 불리게 된다(이종훈, 『한국은 어떻게 원자력강국이 되었나』). 그렇게 김대중 총재의 지지를 받으며 건설된 한빛 3·4호기는 해외에서 인정받는 한국형 원전의 토대가 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중 원전 2기의 건설을 허가했다.

‘목포 선언’ 후 36년이 흘렀다. 원전을 둘러싼 분위기는 당시에 비해 훨씬 누그러졌다. 원전 반대 진영 중 핵무기에 반대하던 반전반핵 세력은 1991년 남북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약해졌다. 안전성 우려는 한국형 원전의 잇따른 해외 수출로 사실상 불식됐다.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바람이 불고 있다. 지식산업은 물론 경제 전체를 뒤바꾸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시대에는 원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붐이다. 국내에서도 그 전력 수요의 상당 부분은 원전으로 채워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AI와 이를 통한 혁신에 적극적이다. 그러면서도 원전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지키고 있다. 지금보다 몇 배 힘겨운 상황에서 결단을 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산은 계승되어야 한다. 그것이 실용을 표방한 이재명 정부의 선택이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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