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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무서운 상상…‘이란’을 ‘북한’으로 바꾸면?

중앙일보

2025.06.19 08:14 2025.06.1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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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화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년 만에 복귀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을 또 박차고 떠났다. 7년 전엔 북한의 핵무기가 이유였고, 이번엔 이란의 핵무기가 문제였다.

트럼프는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기 직전까지 ‘화염과 분노’로 상징되는 ‘핵단추’를 내세워 한반도를 전쟁 상황으로 몰아갔다. 이번엔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암살 가능성을 시사하며 ‘벙커버스터 단추’를 꺼내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19년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백악관도 자료를 냈다. ‘트럼프는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명확히 해왔다’는 제목의 자료엔 취임 이후 15번, 취임 전 40번에 걸친 트럼프의 이란 비핵화 관련 발언이 시간순으로 정리돼 있다. 군사 개입 실행되더라도 비핵화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일종의 알리바이로 읽혔다.

여기서 드는 무서운 상상. 만약 ‘이란’을 ‘북한’으로 바꾸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백악관이 배포할 자료의 맨 위엔 트럼프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언급한 최소 두 차례의 실제 발언이 자리 잡는다. 여기에 “핵무기를 가진 김정은과 잘 지내는 게 좋다”는 수십 차례의 발언이 날짜별로 추가될 것이다.

부록엔 국방장관의 핵보유국 발언, 대북 정책의 우선순위를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위협을 줄이는 것”이라고 한 국가정보국장의 발언이 실린다. 제목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환상”이라는 국무장관의 발언으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국무부 대변인에게 “북한도 이란처럼 비핵화가 목표인지” 물었다. 답변은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에 전념한다”였다. 이미 CVID 중 V(검증)와 I(불가역)가 빠져 있었다.

재선의 기회가 없는 트럼프는 노벨 평화상을 원한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 내세울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일단 수령을 거부하긴 했지만, 김정은에게 보냈다는 친서는 정치 시간표에 맞춘 물밑작업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목표가 대미 핵공격 위협을 제거하는 수준의 이른바 ‘스몰딜’이라면 한국은 핵폭탄을 24시간 머리에 지고 살아야 한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완전한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이 대화를 재개할 경우 비핵화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제시할 핵 지위 인정, 군축, 한반도 주변 미군 자산 감축 등의 대화 조건을 수용할 경우 한국과 심각한 마찰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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