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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감대 쌓은 한·일, 돌출 변수 잘 관리하길

중앙일보

2025.06.19 08:20 2025.06.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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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캐나다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분간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뜻 깊은 해에 처음 만난 양국 정상은 셔틀 외교를 재개하고 앞으로도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는 의견 차이가 있지만, 국제 통상 환경이나 국제 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양국이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국제 정세가 대단히 엄중해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60주년을 맞는 양국이 협력과 공조를 통해 세계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관계를 만들어 가자고 화답했다.

캐나다 G7 계기로 첫 대면 회담
한·일 및 한·미·일 협력에 공감
나토 회의와 셔틀외교 기대 커져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9일 이시바 총리와 첫 전화 통화에서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했고, 이번에 두 정상은 미래 지향적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여러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한·일 협력을 심화하고, 한·미·일 공조도 지속해서 유지·발전시키자는 의견도 교환했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시기에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은 한국의 외교·안보 측면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첫째, 전임 정부가 추진해온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새 정부가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 차원에서 이어가겠다는 뜻을 국내외에 보여줬다.

둘째,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난 6개월 이상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던 대한민국 외교의 정상화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무대였다. 셋째, 국제 통상 환경과 안보 질서가 요동치는 와중에 이 대통령이 캐나다 G7 정상회의 참석 기회를 활용해 9개국 정상과 대화함으로써 기존 협력 관계를 재확인한 것도 성과다. 나아가 새 정부의 외교 비전인 ‘G7 플러스 국가’ 구현을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는 의미도 있다.

마침 한·일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18일 제주 남방 공해 상에서 한국 공군 F-15K와 미국 공군 F-16, 그리고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가 참가한 한·미·일 전투기공중훈련이 실시됐다. 이 대통령이 밝힌 한·미·일 협력 지속 방침이 실제 정책 현장에서 구현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전쟁 대응을 위해 급히 귀국하는 바람에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무산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면 한·미 정상회담이 재차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미·일 안보 협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모멘텀으로 살려가기 바란다.

한·일 국교가 정상화된 1965년 6월 22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국제공산주의 확대 같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손잡을 수 있고 벗이 될 수 있다면 누구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시 야당 의원으로서 유일하게 국교 정상화에 찬성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10월 일본 국회에서 연설했다. 그 자리에서 한·일 두 나라가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유용하고 필요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말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외교 무대에서 실제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사실 지난 60년의 한·일 관계를 돌아보면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금도 과거사 문제 등 여전히 뇌관이 적지 않고, 한국의 반일주의나 일본의 우익세력 등 언제든지 양국 관계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는 돌출 변수들이 튀어나올 수 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양국 국내에 잠복해 있는 잠재적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잘 관리해 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두 정상은 신뢰를 다지면서 새로운 협력의 범위를 확대해 가기 바란다. ‘한·일 대륙붕 협정’이 오는 2028년 종료되는데 양국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올해 공동 개발 재개 논의에 성의껏 나서는 것도 좋은 협력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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