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보고서, 로블로·코스트코·월마트 등에 ‘F’ 등급 BC 세이브온푸드 모회사, 인권 정책조차 없어 ‘최악’ 평가 작년엔 ‘강제노동’ 연루 수산물 유통 정황도 드러나
밴쿠버 중앙일보
캐나다의 주요 대형 식료품점들이 판매하는 수산물이 강제노동 등 심각한 인권 유린 및 환경 파괴와 연관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시민단체 시초이스(SeaChoice)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로블로, 코스코, 월마트는 물론 BC주의 세이브온푸드까지 대부분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수산물 공급망의 투명성 평가에서 ‘낙제점’(F)을 받았다.
시초이스는 23개의 성과 지표를 통해 각 유통업체들의 수산물 관련 지속가능성 및 인권 정책이 얼마나 투명하고 포괄적으로 적용되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메트로가 유일하게 ‘C’ 등급으로 평가를 통과했을 뿐, 나머지 모든 주요 업체들은 ‘F’ 등급을 면치 못했다.
특히 BC주에 기반을 둔 패티슨 푸드 그룹(Pattison Food Group, 세이브온푸드·네스터스 마켓 등의 모회사)은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는 이 회사가 공개적인 인권 정책조차 없으며, 공급업체가 인권 정책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속가능성 정책 역시 세이브온푸드에만 적용될 뿐, 소유하고 있는 다른 12개 체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러한 정책 부재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법 없는 바다 프로젝트’ 탐사보도에서는, 이미 여러 캐나다 유통업체들이 북한이나 중국 위구르 소수민족의 강제노동과 연관된 수산물을 구매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이번 시초이스 보고서는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자체 브랜드 상품에는 일부 정책을 적용하면서도, 제3자 브랜드 제품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런 검증을 하지 않는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정책 적용이 일관성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패티슨 푸드 그룹 측은 성명을 통해 “올해 평가 방식이 우리의 사업 관행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비공개 기업으로서 판매량과 같은 독점적인 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2024년 세이브온푸드에서 판매된 신선 및 냉동 수산물의 74%가 오션 와이즈 추천 제품이었다”고 강조했다.
시초이스는 보고서에서, ‘실사’를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하며 유통업체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한 분석가는 “수산물 공급망에 만연한 인권 유린을 외면할 경우, 해당 유통업체는 법적 소송, 기업 평판 추락, 공급망 붕괴라는 ‘3중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사전에 공급망의 위험 요소를 스스로 식별하고 완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