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잘 던진다. 지난해 KBO리그 KIA 타이거즈에서 명성에 비해 아쉬웠던 좌완 투수 에릭 라우어(30·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자리잡을 기세다.
라우어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 호투로 토론토의 8-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승(1패)째를 거두며 평균자책점을 2.37에서 2.29로 더 낮췄다.
까다로운 애리조나 타선을 맞아 5회까지 한 점도 주지 않았다. 4회 1사 1,2루에서 랜달 그리칙을 파울팁 삼진, 헤랄도 페르도모를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위기를 잘 넘긴 라우어는 6회 선둥타자 코빈 캐롤에게 우측 3루타를 맞은 뒤 내려갔다. 다음 투수 야리엘 로드리게스가 승계 주자를 홈에 불러들여 라우어에게 1실점이 기록됐다.
총 투구수 75개로 최고 시속 93.8마일(151.0km), 평균 92.2마일(148.4Km) 포심 패스트볼(38개) 중심으로 커터(19개), 커브(8개), 체인지업(6개), 슬라이더(4개)를 던졌다. 포심 패스트볼로 뺏어낸 헛스윙만 6개로 힘이 있었다.
‘MLB.com’은 ‘토론토는 부상으로 이탈한 맥스 슈어저의 자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메웠다. 가장 좋은 해답은 라우어였다. 깜짝 활약이 필요했던 토론토에서 라우어가 그 역할을 해냈다. 슈어저가 오는 25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 복귀할 예정인 가운데 라우어는 선발진에 남을 만한 자격을 보여줬다. 선발진에 완전히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슈어저가 돌아오더라도 기존 선발 보든 프랜시스가 14경기(64이닝) 2승8패 평균자책점 6.05로 부진에 빠져있어 라우어가 5선발로 계속 던질 가능성이 있다.
[사진] 토론토 에릭 라우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12월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트리플A 버팔로 바이슨스에서 시즌을 시작한 라우어는 지난달 1일 메이저리그 콜업을 받았다. 슈어저가 광배근,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뒤 대체 선발 이스턴 루카스가 부진하면서 라우어에게 기회가 왔다.
선발 다음 투수로 긴 이닝을 던지는 ‘벌크 가이’ 임무를 맡았던 라우어는 대체 선발로도 기회를 받으며 비중을 계속 높였다. 시즌 첫 선발승을 거둔 이날까지 올 시즌 10경기(4선발·35⅓이닝) 3승1패 평균자책점 2.29 탈삼진 36개 기대 이상 성적을 내고 있다. 선발로 나선 4경기(16⅔이닝)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3.78 탈삼진 19개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라우어도 안정된 루틴 속에 던질 수 있는 선발 보직에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타자, 투수, 수비수 모두 일관성과 리듬이 중요하다. 난 계속 선발로 던지고 싶다. 아직 5선발 자리가 확정되지 않았으니 매번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올 시즌 활약 비결로 패스트볼 커맨드를 꼽았다.
[사진] 토론토 에릭 라우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타이밍을 빠르게도, 느리게도 한다. 몸쪽, 바깥쪽, 위아래를 다 쓰는 것이 나의 투구 스타일이다. 난 힘으로 찍어 누르는 투수가 아니다. 구위형 투수가 아니지만 패스트볼을 던지는 방식에 따라 실제 공보다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라우어의 말이다.
2017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데뷔한 라우어는 2023년까지 메이저리그 6시즌 통산 36승을 거두며 선발로 나름 준수한 활약을 했다. 2022년 밀워키 브루어스 시절 29경기(158⅔이닝) 11승7패 평균자책점 3.69 탈삼진 157개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2023년 어깨 충돌 증후군 이후 성적이 급라했고, 지난해에는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다 8월에 한국으로 넘어왔다.
KIA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7경기(34⅔이닝) 2승2패 평균자책점 4.93 탈삼진 37개로 명성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5이닝 7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8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치며 KIA의 통합 우승을 함께했지만 재계약에 실패했다. KIA는 라우어 대신 우완 아담 올러를 영입했다.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앞날이 불투명해 보였지만, 반년도 지나지 않아 메이저리그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고 있다. 이래서 야구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