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美규제 피해 말레이시아서 엔비디아 칩으로 AI훈련 의혹
"현지 데이터센터 임대해 LLM 학습"…말레이시아 당국 조사 나서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중국 기업이 말레이시아 내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수법으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회피,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용 반도체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말레이시아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2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는 중국 기업이 자국에서 엔비디아 칩이 장착된 데이터센터 서버를 이용해 AI 거대언어모델(LLM)을 학습시켰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투자통상산업부는 성명에서 "국내 법이나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해 관련 기관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WSJ은 최근 보도에서 지난 3월 중국 AI 기업 기술자 4명이 80테라바이트(TB) 용량의 스프레드시트·이미지·영상이 담긴 하드디스크 60개를 갖고 말레이시아로 입국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의 한 데이터센터에서 고급 엔비디아 칩이 장착된 서버 300대를 임대, 이들 서버에 가져온 데이터를 입력해 AI 모델을 훈련시켰다.
결국 최근 이들은 AI 모델을 포함한 수백 기가바이트(GB) 분량의 데이터를 갖고 중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는 엔비디아 등의 첨단기술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으나, 말레이시아는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 투자통상산업부는 엔비디아 반도체와 이를 사용하는 서버가 말레이시아 법률상 통제 품목은 아니지만, 민감한 상품 거래 감시와 관련해 지원을 요청하는 모든 각국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거래나 수출 통제 회피 시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면서 무역 관련 법을 위반하는 기업에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의혹을 계기로 향후 미 행정부가 말레이시아 상대로 반도체 관련 관리 강화 등의 압박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지 컨략컨설팅사 덴수이의 에릭 로 파트너는 이제 말레이시아가 자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가 철저하다는 점을 미국에 납득시켜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이번 일이 수출 통제 미준수나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SCMP에 말했다.
그는 "이는 말레이시아의 무역 협상을 위태롭게 하고, 미국에서 운영하거나 미국과 거래하는 말레이시아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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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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