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희수 기자] "어디든 갈 수 있고, 반드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 전동화 모델."
렉서스 플래그십 SUV 'LX 700h'를 이 보다 잘 설명하는 문구는 찾기 어렵다. LX 700h가 갖고 있는 특징적인 성격들이 이 문장 안에 다 들어 있다.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슬로건을 충족시키는 오프로더는 꽤 있다. 하지만 "반드시 안전하게 돌아와야"한다는 것과 "전동화 모델"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후보는 찾기 힘들다.
"반드시 안전하게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은 일부 성능에서 '완고함'을 감수하게 하게도 한다. 차가 온로드와 오프로드 양쪽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는데, "어떤 조건에서도 안전하게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온로드 보다는 오프로드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LX 700h는 사륜구동(AWD) 구동방식의 프레임 바디 차량이다. 온로드에서의 완고함은 프레임 바디에서 시작하지만 거꾸로 오프로드에서는 이 만큼 든든한 배경도 없다. 단점보다 장점이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임무에 가장 충실한 차'라는 평가를 부정할 수는 없게 만든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1996년 1세대가 출시돼 4세대까지 진화를 했지만 국내 시장에는 2024년 10월 출시된 4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올 봄에 들어왔다.
렉서스 모델명에서 'L'은 특별하다. 최정상의 럭셔리 모델에만 붙이는 레터링이다. 1989년 출범한 렉서스 브랜드는 세단에서 이미 LS로 명성을 떨쳤고, SUV 영역에서도 '럭셔리'의 위상을 다지기 위해 개발된 모델이 1996년에 공개된 'LX 450'이다.
렉서스 최초의 SUV인 LX는 견고한 오프로드 기능과 럭셔리한 드라이빙으로 입지를 굳혀나갔다.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신뢰성과 내구성, 세련미와 오프로드 주행성능이 결합된 LX는 렉서스만의 럭셔리 SUV 시장을 개척했고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LX는 시대적 요구에도 부응해야 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을 뒤흔들고 있는 전동화다. 이미 전 모델 하이브리드화를 견지하고 있는 렉서스코리아는 LX라고 해서 예외를 둘 순 없었다. 국내에 상륙한 첫 LX가 하이브리드가 된 것은 꽤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LX 700h'에 들어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그 동안 토요타가 집중했던 방식과는 다르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주력은 '직병렬 구동 방식'이다. 두 개의 모터가 들어가 하나는 주행용으로, 다른 하나는 발전과 엔진시동용으로 쓰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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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디 올 뉴 LX 700h에는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실렸다.
병렬 하이브리드는 현대차 그룹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으로 한개의 모터가 차량 구동과 발전을 모두 수행한다. 출발 시나 저속 주행 때는 클러치가 엔진 동력을 분리해 전기모터로 주행을 하고, 고속에서는 엔진의 동력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기존의 자동변속기나 DCT와의 결합이 용이해 내연기관과 유사한 운동감각을 낼 수 있다.
디 올 뉴 LX 700h는 신뢰성, 내구성,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유지한 상태에서 전동화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차에 탑재된 내연기관은 3.5리터 트윈 터보 엔진이다. 출력이 415마력에 이르는 고성능이다. 여기에 어울리는 하이브리드는 강력한 구동력과 높은 엔진 토크를 받아내면서 동시에 연비도 만족시켜야 했다. 디 올 뉴 LX 700h의 3.5리터 트윈 터보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저속에서 최대의 토크를 전달할 수 있고 온/오프로드 모든 상황에서 차량을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즉, 강력한 구동력과 높은 엔진 토크를 내야 하는 디 올 뉴 LX 700h에는 병렬 하이브리드가 더 알맞았던 셈이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 전동화 모델’을 위해, 3.5L V6 트윈 터보 엔진과 다이렉트 시프트 10단 자동 변속기 사이에 모터 제너레이터(MG)와 클러치가 통합돼 있다.
대개의 토요타의 직병렬 하이브리드는 모터 제어로 가상 기어비를 구현하는 e-GVT(전자식 무단변속기)를 쓰는데, LX 700h에는 10단 자동 변속기를 넣어야 했고, 이 때문에 병렬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프로드에 필수적인 로우 레인지 모드를 구현하기에는 e-GVT보다는 10단 자동변속기가 더 적합했을 게다.
10단 자동변속기는 기어 변속 타이밍을 최적화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높은 토크의 트윈 터보 엔진과 결합해 엔진 RPM을 낮게 유지하면서 정숙한 주행과 높은 연비를 실현한다. 촘촘한 기어비는 리드미컬하고 적절한 템포의 변속을 구현한다. 정돈되고 편안한 주행 성능과 바윗돌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바퀴의 구름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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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와 최종 감속기어로 엔진의 회전수를 감소시키지만 디 올 뉴 LX 700h는 로우 레인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트랜스퍼 케이스에서 엔진의 회전수를 추가로 감소시켜 매우 높은 구동력을 만들어낸다. 심한 경사로나 바위와 같은 노면에서도 느리지만 정확한 주행이 가능했던 배경이다.
뉴 LX 700h는 풀타임 4륜구동, 로우 및 하이 레인지 모드를 지원하는 트랜스퍼 케이스 등으로 엔진과 모터의 높은 출력과 토크가 도로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했다. 하이브리드 제어 시스템은 엔진 전용 모드와 모터 전용 모드 사이의 전환을 지능적으로 관리해 주행 조건에 따라 성능을 최적화한다.
또한, 발전기(얼터네이터)와 스타터를 기본으로 장착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고장 날 경우 스타터는 독립적으로 엔진 점화를 가능하게 했고, 12V 보조 배터리에 전원을 공급해 엔진만으로 차량이 계속 주행할 수 있도록 한다. 비상 주행 모드에서도 트랜스퍼 케이스의 로우-레인지, 능동형 차고 조절 서스펜션(AHC)을 이용한 승차 높이 조절, 액티브 트랙션 컨트롤(A-TRAC) 등의 필수 기능은 계속 작동해 오프로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고장 날 경우까지 대비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 전동화 모델’이라는 수식어를 또 언급해야 할 지점이다. LX 700h는 정비소가 없는 열사의 사막이나 북극권의 얼음구덩이에서도 안전하게 살아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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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차가 생존 도구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기능도 구비돼 있다.
센터 콘솔 아래에 방수 AC 인버터가 장착되어 있어 최대 1500W의 외부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데크에 전원 콘센트가 설치돼 있어 다양한 활동을 하거나 재난 발생 시 비상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올 뉴 LX 700h는 오프로드에서 그 성능이 극대화 된다. 전기모터는 연비 향상보다는 고급스러운 오프로드 주행에 더 큰 몫을 하는 듯하다.
모터의 즉각적인 토크 특성과 고배기량 트윈 터보 엔진이 결합됐기 때문에 저속에서도 약간의 가속페달 조작으로 선형적인 출발과 가속이 이뤄진다. 오프로드 조건에서는 렉서스 최초로 EV모드 주행도 가능해졌다. 멀티 터레인 셀렉트의 다양한 모드와 함께 바윗길, 비포장 도로, 깊은 눈 등 정밀한 제어가 필요한 상황에서 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핸들링의 편의성이 나올 수 있는 조건이다.
도로 상황에 따라 AUTO, DIRT, SAND, MUD, DEEP SNOW, ROCK 등 6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이 오프로드용이다. 브레이크뿐만 아니라 구동력과 서스펜션이 통합 제어되면서 선택한 모드에 따라 움직임이 최적화된다. 로우 레인지(L4)뿐 아니라 하이 레인지(H4)에서도 작동하며, 바윗길에서의 초저속 주행부터 비포장도로에서의 고속 주행까지 어떤 도로에서도 쉽고 수준 높은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각의 모드는 계기판에 애니메이션으로 표시된다.
오프로드 주행 시 차량 전면/측면/후면 총 4개의 카메라를 사용해 운전자의 사각지대가 되기 쉬운 주변의 노면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은 카메라 스위치를 통해 변경할 수 있으며 12.3인치 디스플레이 전체에 표시돼 운전자의 사각지대에 있는 차량 주변의 도로 상황을 보여준다. 특히, 언더 플로어 뷰는 주행 중 방금 지나간 지점의 영상을 합성해 차량 바닥 아래가 투과된 것처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뒷바퀴 주변의 상태를 확인하고 장애물까지의 거리를 예측할 수 있어 차량이 고착된 위치에서 벗어나거나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오려고 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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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형 차고 조절 서스펜션은 올 뉴 LX 700h를 재기 넘치게 한다.
주행 환경에 따라 승차 높이를 차량이 자동으로 또는 운전자가 수동으로 차고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공기 역학 성능을 강화하거나 오프로드 주행성을 높이는 등 다양한 혜택을 끌어낼 수 있다. 오프로드에 적합한 유압 방식으로 에어서스펜션 대비 높은 내구성과 빠른 반응속도가 장점이다. 무엇보다 내구성이 유압 방식을 채택하게 만들었다.
차량의 높이는 4단계 설정이 가능하며 최저 27mm 하향, 최고 103mm 상향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주행 중에는 차량 속도, 트랜스퍼 케이스, 주행 모드 선택에 따라 자동으로 차량 높이 조정한다. 시내 주행 시에는 부드러워져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고, 커브길에서는 단단해져 안정적인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경사로 진입 및 탈출 시 차량 높이가 자동으로 조정된다. 도하 성능은 700mm다.
리어 플로어에 탑재된 하이브리드 메인 배터리 본체는 상하로 분할된 방수 트레이에 들어가 있다. 이 구조는 깊은 수로에서도 침수를 방지한다. 방수 트레이 내로 물이 침입하면 트레이 내 침수 센서가 감지해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오프로드나 미끄러운 노면을 주행할 때, 가속이나 브레이크 조작을 하지 않고, 스티어링 조작만으로 극저속 주행이 가능한 기능은 오프로더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도 놀라움을 준다. 마치 온로드에서 크루즈 컨트롤을 쓰는 것 같은 주행이 험로에서 구현이 된다. 크롤 컨트롤(Crawl Control)이라는 기능이다. 미끄러운 지형이나 가파른 경사로에서 휠스핀과 락업을 최소화해 뛰어난 차량 안정성 확보해준다. 차량 하부와 지면간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5단계의 매우 낮은 속도를 유지하여 주행하도록 설계했는데 7인치 유틸리티 디스플레이에서 크롤 컨트롤 작동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멀티 터레인 셀렉트(MTS)가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선택된 모드에 맞춰진 주행 특성 반영하며, 매우 좁고 통과하기 어려운 코너에서 회전성을 향상시키는 턴 어시스트 기능도 제공한다. 턴 어시스트는 마법 같은 재주를 보여준다. 코너 안쪽 뒷바퀴에만 제동력을 가해 차가 마치 제자리에서 도는 듯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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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프로드에서 구현한, 집착에 가까운 생존성은 온로드에서는 과한 고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보디 온 프레임(Body-on-Frame)'의 풀타임 AWD 시스템에는 애틋한 마음을 고향(오프로드)에 두고온 도시민 같은 어색함도 있다.
디 올 뉴 LX 700h는 ‘품격 있는 세련미(Dignified Sophistication)’ 익스테리어 디자인 테마를 따랐다. 전면에는 렉서스를 상징하는 대형 프레임리스 스핀들 그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LX에 어울리는 새로운 스핀들 그릴을 표현하기 위해 플로팅 바 구조로 입체적인 형상을 만들어 프레임이 없는 매끄러운 구조를 만들었다. 측면 라디에이터 그릴 역시 냉각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대형 개구부와 공기역학 적인 형상으로 기능에 뿌리를 둔 LX의 스타일링이 됐다.
측면은 전면에서 시작해 후면까지 이어지는 두껍고 수평적인 바디 형상과 루프에서 뒷유리로 좁아지는 쿼터 필러, 로커 패널 하단에서 리어 타이어까지 이어지는 차량 하부의 흐름으로 강한 일체감과 질감을 표현했다. 균형 잡힌 비율은 렉서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Lexus Driving Experience)를 강조한다. 또한 측면에는 이지 클로저가 들어가 승하차 시 적은 힘으로 차량 도어를 닫을 수 있도록 했다.
렉서스 라인업 중 가장 큰 22인치 타이어를 장착해 역동적이고 스마트한 모습을 연출했다. 새로운 22인치 단조 알로이 휠은 VIP 그레이드와 LUXURY 그레이드에 적용된다. 고광택 페인트로 깊은 입체감을 표현해 차량의 크기에 걸맞은 휠에 존재감을 부여하며, 블랙과 가공된 광택의 높은 대비를 통해 렉서스 사상 최대 크기임을 강조한다.
후면부 중앙의 렉서스 브랜드 배지는 차세대 렉서스를 상징하는 새로운 'LEXUS' 레터링 타입으로 새겨졌다. 렉서스 SUV 패밀리 룩인 일자형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선명한 리어 디자인을 강조하는 동시에 보다 더욱 현대적이고 심플한 인상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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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의 12.3인치 계기판은 속도뿐 아니라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알기 쉽게 표시한다. 배터리 전압과 엔진 오일 압력계는 물론, 부스트 미터의 표시와 하이브리드 배터리 충전 상태를 선택할 수 있다.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 및 멀티 터레인 셀렉트의 모드 전환 시의 차량 애니메이션 표시도 새롭게 변경했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듀얼 디스플레이 방식을 채택했다. 상단에는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가 있어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컨트롤을 표시하며, 오프로드 주행 시에는 멀티 터레인 모니터 역할을 한다. 하단 7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히터 제어 화면을 표시하고 멀티 터레인 셀렉트, 드라이브 모드 선택 등의 주행 지원 화면으로 사용된다. 운전자는 화면 전환 없이 오프로드 주행 중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자주 사용하는 공조 장치와 주행 관련 기능을 별도의 물리 버튼 및 다이얼 등 직감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해 오프로드 주행 시에도 운전자의 오조작을 줄이고 의도에 따른 주행 모드의 선택과 온도 조절을 지원한다. 센터 콘솔의 무선 충전 패드는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최고 트림인 LX 700h VIP의 가격은 1억 9457만 원이고 엔트리인 LX 700h OVERTRAIL 트림은 1억 6587만 원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