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수감생활 영상·기록 공개
"목소리·거동·정신력 변함없지만…체중 크게 줄어"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2021년 2월 미얀마 군사쿠데타 이후 4년 넘게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수감 생활 중인 아웅산 수치(80) 미얀마 국가고문의 수감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영상과 기록이 공개됐다.
수치 고문은 적어도 지난해 초까지는 거동과 목소리 등에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정권에서 이탈한 인사들의 단체 '피플스 엠브레이스'는 2022년 8월과 12월 수치 고문의 재판 모습을 담은 영상과 지난해 1∼2월 작성된 수감 생활 관련 기록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수치 고문은 그와 함께 문민정부를 이끈 윈 민트 전 대통령과 나란히 법정에 앉아 재판을 받았다.
흰 상의에 마스크를 한 수치 고문은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다가 지시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는 등 거동이 불편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수치 고문은 2022년 연말 부패 등 혐의로 33년 형을 선고받았고, 일부 사면으로 형량이 27년으로 줄었다.
그는 또 작년 초 수감 생활에서 오전 4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8시 30분에 끝나는 일과를 소화한 것으로 기록됐다.
수치 고문은 늘 불교 염주를 한 채로 매일 아침 한 시간 이상 명상을 하고, 저녁에는 방 안을 산책했다.
그의 식사는 전반적으로 간소해 아침으로 계란 반숙 2개, 점심으로 밥과 고기 또는 생선 조금씩, 저녁은 빵과 수프를 먹었다.
한 번은 점심으로 밥 두 숟갈, 닭고기, 어묵 수프, 초콜릿 두 조각, 용과 한 조각을 먹기도 했다.
지난해 초 수치 고문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한 미얀마 교도소 관계자는 이 기록이 사실이라면서 "그의 목소리와 걸음걸이는 변함이 없었다"고 전했다.
또 수치 고문이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머리에 꽃을 다는 것을 원치 않아 그만뒀다고 말했다.
수치 고문의 측근으로 같은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2022년 11월 풀려난 호주 경제학자 션 터넬은 그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의 체중이 엄청나게 줄었다"면서도 그의 정신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치 고문은 또 다른 수감자들이 에어컨을 이용하지 못하자 자신도 에어컨 사용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터넬은 덧붙였다.
쿠데타 반대 시위대를 치료했다가 수감된 바 있는 의사 아웅 초 박사는 기록상 수치 고문이 받은 치료가 기본적인 수준으로 "근본 원인이 아닌 증상만 해결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초 박사는 기록에 따르면 적어도 하루 동안 수치 고문의 방 온도가 섭씨 31도까지 올랐다면서 미얀마 중부의 폭염 속에서 영양·햇빛 부족과 탈수·열사병 위험으로 그의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미얀마 교도소에서 흔히 발생하는 코로나19, 결핵, 피부 감염에 특히 취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치 고문은 2021년 쿠데타로 자신이 수감된 이후 미얀마 전국이 내전에 휩싸였다는 사실을 군부가 통제하는 신문을 접하면서 어느 정도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영어책과 프랑스어 소설 등을 법률팀을 통해 교도소 당국에 요청했으며, 매일 몇 시간씩 독서하고 있다.
수치 고문의 아들 킴 아리스는 그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이 2년 전 단 한 차례 가족 문제에 대한 편지를 받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아리스는 "많은 이들이 그가 가택연금 상태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그가 살아 있는지조차 모른다.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1945년 6월 19일생인 수치 고문은 전날 80세 생일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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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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