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정훈(38)은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2-1로 앞선 8회 김재윤을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이 홈런은 쐐기포가 됐고 롯데는 3-1로 승리, 3연승을 질주하게 됐다.
올해 사실상 주전에서 완전히 밀려 있었던 정훈이었다. 5월 말에는 2군에도 잠시 다녀왔다. 기회를 받지 못했고 또 결과도 썩 좋지 않았다. 베테랑 정훈의 불꽃이 이렇게 서서히 꺼지는 듯 했다.
하지만 정훈이 필요한 순간이 결국 왔다. 주전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빠지게 되면서 선수단이 엷어졌고 결국 정훈이 나서야 했다. 비록 다른 젊은 선수들처럼 폭발력은 없었지만 정훈은 악착같이 물고 늘어졌다. 서서히 결실이 나오고 있었다. 이날 홈런포로 증명했다. 최근 타격감이 나쁘지는 않다. 이날 경기 포함해 6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이다.사실 정훈의 홈런에 신스틸러는 김태형 감독이었다. 정훈이 홈런을 치고 들어오자 김태형 감독은 하이파이브를 위해 손을 내밀지 않고 정훈을 보고 뒤돌아섰다. 그러자 정훈이 김태형 감독의 둔부를 세게 가격한 것. 그러자 김태형 감독은 정훈을 보며 웃었고 이후 기쁨을 만끽한 뒤 별 탈(?) 없이 지나갔다.
경기 후 정훈은 이 세리머니에 대해 “저도 왜 했는지는 모르겠다. 감독님께서 고개를 돌리시길래 저도 모르게 기쁜 나머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라고 웃었다.
사전에 약속된 세리머니나 내기 등은 아니었다. 그는 “요즘 제가 감독님 동선에 전혀 걸리지 않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뭐 약속 그런 것을 잡을 수 없었다”고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이어 그는 “홈런은 나도 예상 못했고, 감독님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홈런을 치고 들어가서 뭔가 때리고 싶었는데 저도 모르게 손이 나간 것 같다”라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한 것만큼 컨디션이 올라온 게 아니다. 그래서 당분간 감독님 동선을 계속 체크하고 피해서 돌아다니려고 한다”라며 김태형 감독의 눈에 띄지 않겠다고도 덧붙였다.
홈런 상황에 대해서는 “노림수를 갖고 들어갔다. 변화구를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계속 직구만 던지더라. (김)재윤이가 풀카운트까지 직구만 던져서 속으로 ‘올해는 이런 노림수도 잘 안되는구나’라고 해서 풀카운트 때 그냥 생각을 바꿨다. 그냥 돌려보자고 했는데 운 좋게 딱 와서 넘어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정훈 스스로도 마음 고생이 많았을 요즘이다. 그는 “중요할 때 안타가 나오면 저도 더 빨리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계속 주자 없을 때 치게 되더라. 물론 주자 없을 때도 중요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리며 “베테랑은 주어진 기회 속에서 무언가 보여줘야 하고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오늘도 하나 치긴 했지만 앞선 타석들이 많이 아쉽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잠시 2군으로 내려갔던 시간을 되돌아 보면서 앞으로 더 분발을 다짐했다. 그는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았으니까 포기하지 않으려고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제가 화이팅을 많이 내서 그런지 옆에서 동료들, 코치님들 모두 많이 도와준다. 타격코치 두 분도 많이 도와주시고 2군에 내려갔을 때도 2군 김용희 감독님부터 도와주셨다. 고마운 분들에게 보답을 하려면 제가 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