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5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주중 4연전 마지막 경기.
다저스는 0-5로 뒤진 채 9회초 수비를 맞이했다. 앞서 8회초 등판으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이 성사된 루키 잭 리틀이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선두타자 마틴 말도나도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 사구를 맞혀 벤치클리어링의 빌미를 제공했다.
볼카운트 1B-1S에서 리틀의 3구째 93마일(149km) 포심패스트볼이 타티스 주니어의 팔 쪽을 강타했다. 타티스 주니어는 타석에 쓰러진 채 상당한 고통을 호소했고, 이를 본 샌디에이고 마이크 실트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다저스 벤치를 향해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이에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도 격한 반응을 보이며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했다.
마빈 허드슨 주심은 상황 정리 후 로버츠, 실트 두 감독에게 동시에 퇴장을 명령했다. 타티스 주니어는 사구 여파로 인해 대주자 트렌턴 브룩스와 교체됐다.
다저스는 여전히 0-5로 끌려가던 9회말 선두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맥스 먼시가 연달아 볼넷을 골라내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이후 1사 1, 3루에서 토미 에드먼이 1타점 적시타, 김혜성이 1타점 내야땅볼로 2-5 3점차 추격을 가했다.
이어 오타니가 타석에 등장했고, 볼카운트 3B-0S에서 샌디에이고 로버트 수아레즈의 4구째 99.8마일(161km) 강속구가 오타니의 오른쪽 등을 강타했다. 순간적으로 2차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오타니가 벤치 쪽으로 손을 들어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며 흥분한 다저스 벤치를 가라앉히는 품격을 뽐냈다. 허드슨 주심은 수아레즈의 4구째 투구에 고의성을 담겼다는 판단과 함께 퇴장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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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클리어링 현장을 취재한 일본 언론 ‘요미우리 신문’은 “이틀 전에도 오른쩍 허벅지 부위에 사구를 당했던 오타니였기에 경기장이 술렁였지만, 오타니는 괜찮다는 듯 벤치를 향해 크게 팔을 흔들며 문제없음을 강조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측은 고의성이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오타니 사구는 직전 타티스 주니어의 사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시선을 드러냈다.
실트 감독은 “투수가 몸쪽 공을 던지는 게 흔한 일이지만, 다저스 상대 지난 시즌 포함 5번의 사구를 당했다. 최근 7경기에서만 3번이다. 고의성의 중요한 게 아니다. 더는 참을 수 없다”라고 분노를 드러냈고, 타티스 주니어도 “다저스전에서만 몇 번이나 사구를 맞았다. 고의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야구를 해온 경험상 더는 한계라는 느낌이 든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양 팀의 신경전과 별개로 보복구를 맞고도 의연한 태도로 2차 벤치클리어링을 막은 오타니의 인성은 박수 받아 마땅했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는 사구가 고의였다는 걸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부상을 피했고,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 같다. 어른스러운 대처였다. 존경스럽다”라고 경의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