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남부 주민, 한국 산림청 등 커피+나무 조성 프로젝트에 감사
부족 갈등에 30년 결혼생활 위기 부부도 안심…반목하던 커피농협 대표들 사돈 돼
여성 파워 신장 눈길…아리랑 노래에 전통 집단 군무로 화답
[아프리카 기후난민] ⑹"한국 도움으로 커피숲 복원해 평화와 소득 둘다 얻어"
에티오피아 남부 주민, 한국 산림청 등 커피+나무 조성 프로젝트에 감사
부족 갈등에 30년 결혼생활 위기 부부도 안심…반목하던 커피농협 대표들 사돈 돼
여성 파워 신장 눈길…아리랑 노래에 전통 집단 군무로 화답
(코체리
<에티오피아>
=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한국 도움으로 커피숲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반목하던 부족들이 다시 화평을 누리게 됐어요. 덕분에 집도 장만하고 이젠 서로 부족 간에 결혼도 다시 하고 사돈관계도 맺었습니다."
지난달 27일 에티오피아 남부지역 코체리 지구에서 만난 30년 결혼 생활 중년 부부와 커피농협 대표들, 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산림청의 커피 혼농임업 사업(2022.1∼2024.12)을 높이 평가했다.
남편 브라누 타사마(50)는 게데오족 출신이고 아내 사테니시 미주(48)는 오로모족 출신이다.
부부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서로 다른 부족이지만 시장도 같이 이용하고 상대 지역에 가서 농사도 지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통혼이 이뤄졌으며 자신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부족은 달라도 사랑으로 이뤄진 결혼생활은 4, 5년 전 각자가 속한 부족간 갈등으로 30년 결혼생활에 위기를 맞았다.
비록 부부지만 저마다 속한 가족과 가문, 부족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나무와 커피나무, 그 아래 구근 작물 등이 생태적으로 어우러진 생물 다양성 기반의 커피 혼농임업 복원 사업에 각 부족 공동체가 참여하는 플랫폼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커피 재배와 채소 판매 등으로 소득을 증대하고 커뮤니티 간 상호존중의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부부도 안심하게 됐다.
부부는 새로운 부족 간 커플도 여럿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 부족의 커피농협 대표들도 사돈지간이 됐다.
게데오족 측 커피농협 대표인 마모 투루(50)와 오로모족 측 레게세 코라테(47) 대표가 그들이다.
마모 대표는 아들을 오로모 구지부족 여자에게 장가보냈고 레게세 대표는 두 딸을 게데오족에 시집보냈다.
마모 대표의 형제 쪽에서 레게세 대표 딸과 결혼해 두 사람은 부족 입장에서 볼 때 사실상 원수 같던 처지에서 벗어나 실질적 사돈이 됐다.
이들은 농협 대표격으로 부족 결혼식에도 자주 참석하는데 서로 다른 부족 커플 간 신랑이 신부 지참금을 주는 자리를 여러 차례 목도했다.
이런 평화 정착과 강한 유대감의 복원은 7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앞서 2018년 당시만 해도 양 부족 간에 토지 부족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정치인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양 대표가 속한 마을에선 각각 75가구 500명, 1천640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났다.
이 과정에서 10명의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커피숲 복원 프로젝트가 전환점이 됐다.
부족 윗선에서 화해를 다짐했어도 정작 마을 단위에선 이를 현실화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서로 다른 부족 마을주민들을 모아 공동 목표를 향해 협의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평화를 굳혀나갔다는 것이다.
커피숲이 과학적으로 복원·개량되면서 커피 품질도 높아져 농가 소득증대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렸다.
지금 양 부족 사이에는 사회 행사도 공동으로 개최하고 이전에 쫓겨났던 상대편 마을에 가 농사도 함께 짓는다. 장례와 결혼식도 마찬가지다.
코체리 지구 행정관인 게타초 타리크(37)는 "산림청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사업 덕분에 평화가 구축되고 부족간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해졌다"면서 "특히 커뮤니티 차원에서 커피 생산을 다양화하고 수혜자 입장에서 프로젝트 자체에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협조적으로 나온 것이 성공의 큰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커피숲 프로젝트는 인프라 구축도 한몫해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으로 물펌프를 가동하고 커피 공장 사무실에 전원을 공급하며 세척에서 발효까지 밸류체인을 관리하며 회계 능력을 제고했다.
또 커뮤니티의 사회적 환경에도 신경 써 훈련을 통해 젊은 층 80명을 '그린(Green) 일자리'인 양묘장에 고용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식재한 나무, 커피, 과실수는 모두 180만그루로 이 가운데 31만 묘목은 양묘장 사업에서 후원한 청년·여성 그룹에서 구매했다.
특히 젊은 층 다수는 이렇게 번 돈을 저축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는 '그린 사업가'로 변신했다.
4ha 규모의 커피농장을 운영하는 아디스 데카모(38)와 알마스(28) 부부는 농장 커피 묘목 앞에서 "이전 커피 수종은 수확까지 4∼5년이 걸린 반면 프로젝트로 새로 도입한 묘목은 13개월 만에 커피가 열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래 된 커피 나무들을 베어내고 새 커피 묘목을 더 심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커피숲 사업이 여성들에게 경제적·사회적 능력을 부여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산림청 등의 자금으로 조성된 커피가공 공장 부지에 모인 양 부족 중 여성 4명과도 얘기를 나눠봤다.
시타예 구이네, 부르네스 구조, 세가네시 비토하노, 모노네시 마루 등은 이번 사업으로 남녀가 평등하게 함께 훈련을 받으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커피숲 복원에 참여하면서 여성 파워가 신장됐다며 박수를 쳤다.
실제로 10인 단위의 한 커피농협 그룹에선 커피뿐 아니라 함께 키운 수박, 비트, 망고, 아보카도 등 채소와 과일 판매 등으로 7만7천달러(약 1억600만원) 규모의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한 여성은 2년 만에 새로 집도 지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날 커피 농협 측에서 손님들에게 커피 시음을 대접하는 세리머니를 기다리는 동안 기자가 아리랑을 들려주자 남녀 주민들이 한바탕 어우러져 신명나게 박수를 쳐가며 춤과 노래로 화답하기도 했다.
한 남성은 내년에 또 오느냐고 물으며 한국 측의 추가 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산등성이에 위치한 바야 초등학교 옆에 조성된 묘목 부지에서는 갈등했던 부족들이 다시 화합해 함께 심었다는 3천그루 가운데 포트카르푸스, 그라빌리아 등이 잘 자라고 있었다.
초등학교 교실은 낡아 빠진 곳과 신축 교실이 함께 있었는데 작은 규모로 보이는 데도 전교생이 2천명에 달한다고 했다.
운동장에는 풀이 가득해 의아했는데 잔디처럼 관리는 하되 뽑지 않는 것은 토양 침식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학교 옆에 숲을 조성해 학부모들이 숲 조성을 통한 부족 간 평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장차 환경 클럽을 학교마다 조성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지예뉴 레마 GGGI 현지 프로젝트 매니저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