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맨손으로 공을 잡는 훈련으로 선수의 손가락이 골절되도록 만든 고교 감독에게 6개월 근신 처분이 내려졌다.
일본 학생 야구협회는 20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사쿠신 학원 야구부 감독 고바리 다카히로(41)에 대해 ‘위험하고, 부적절한 지도’를 이유로 올 12월 8일까지 근신하도록 처분했다.
마이니치, 닛칸스포츠, 스포츠호치 등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고바리 감독은 지난 5월 1루수 훈련 중인 2학년 생 부원에게 미트(글러브)를 벗고, 맨손으로 공을 잡는 훈련을 지시했다. 포구 능력이 중요한 포지션이니까 감각을 익히라는 의도였다.
여기에 따라 피해 학생은 오후 내내 다른 야수의 송구를 맨손으로 받으며 훈련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가서도 심한 통증이 가시지 않자, 병원을 찾아야 했다.
X선 촬영 등 의료진의 검진 결과 이 학생은 오른손 약지 2곳에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깁스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워, 이튿날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더 자세한 사건 내용이 드러났다. 다른 야수가 던진 송구뿐만이 아니라, 감독이 배트로 치는 타구도 맨손으로 받아야 했다는 사실이다. 고바리 감독은 직접 노크 배트를 잡고, 10개 정도의 타구를 날려 피해 학생에게 글러브 없이 맨손으로 잡도록 지시했다.
진술에 따르면 타구의 강도는 강하지 않았고, 포구하기 쉬운 바운드로 쳤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기이한 형태의 훈련 방식이다.
사건을 보도하는 NHK 뉴스 화면
그 외에도 야수들과 훈련은 2가지 형태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투수와 2루수에게 땅볼을 굴려준 뒤, 이를 잡아 1루에 송구해서 타자를 아웃 처리하는 기본 형식이다. 이때도 피해 학생은 미트를 끼지 않고, 맨손으로 공을 받았다. 감독의 지시는 없었지만, 투수나 2루수가 약하게 송구했다는 진술이다.
또 왼손 투수의 번트 훈련 때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3루 쪽으로 타구를 굴려주면, (좌) 투수가 달려와 공을 잡아 약 20미터 거리에 있는 1루까지 던지는 연습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1루까지 거리가 먼 3루수나 유격수 훈련 때는 이 같은 맨손 포구를 하지 않았다는 게 위원회의 조사 결과다.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은 오른손에 타박상을 입었다. 특히 약지 첫 번째와 두 번째 관절에 골절이 발견돼 곧바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병원 측은 전치 2개월의 진단을 내렸다.
사고 이틀 뒤 고바리 감독과 야구부 관계자들이 피해자와 학부모를 찾아가 사죄했다. 학교 측은 발생 10여 일이 지난 6월 4일 야구부 감독과 코치, 야구부장 교사 등 3명에게 엄중 주의 조치를 내렸다.
미온적인 대처라는 항의가 계속되자, 닷새 뒤인 9일에야 고바리 감독의 야구부 활동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이 학교 졸업생 출신인 코치 사토 미즈히코(41)를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했다.
사건을 보도하는 NHK 뉴스 화면
사건이 벌어진 사쿠신 학원은 학업 성적이 우수한 지역 명문교다. 또 전통적인 야구 강호다. 고시엔 대회 본선에만 봄 11회, 여름 16회, 합계 27회 진출했다. 이 중 우승을 차지한 것은 3차례다. (봄 1회, 여름 2회)
문제가 된 고바리 감독은 ‘촉망받는 젊은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학교 졸업생으로, 재학시절 내야수로 뛰며 2000년 봄 대회 8강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의 꿈은 이루지 못했고, 대학 졸업(2006년)과 동시에 모교 코치로 부임했다. 그리고 그해 9월에 26세의 나이로 감독에 취임했다.
야구부를 맡은 뒤로는 탁월한 성과를 냈다. 3년 만인 2009년에 고시엔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31년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연속으로 도치기현 정상 자리를 지켰다.
급기야 2016년에는 여름 고시엔 대회 우승기를 탈환했다. 1962년 이후 무려 54년 만의 개가였다. 이런 성적 덕분에 2019년에는 18세 이하 대표팀 코치에 선임되기도 했다.
개인 통산 고시엔 대회 본선 성적은 15회 출장에 21승 14패, 승률 0.600을 기록 중이다. 우승 1회, 4강 1회, 8강까지 올라간 것은 3번이나 된다.
프로 선수가 된 제자가 4명이다. 마쓰자키 다쿠야(전 요미우리 포수), 이시이 가즈나리(니폰햄 내야수), 이마이 다쓰야(세이부 투수), 이리에 다이세이(DeNA 투수)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