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수단 출신 난민 "동정 아닌 인간답게 살 기회 달라"
증언대회 나온 압둔 씨 "3년째 난민심사 결과 기다려…신속·공정한 심사 절실"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우리는 동정이나 시혜를 바라지 않아요. 인간답게 살아갈 기회를 달라는 겁니다."
아프리카 수단 출신 난민 압둔 씨는 지난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난민 증언대회 이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년 넘게 이어진 수단 내전 상황에 대해 "우리 시대 가장 참혹한 유혈 분쟁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그는 "총성이 멈추지 않고, 도시 전체가 무너졌다"며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고향은 돌아갈 수 없는 땅이 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수단 다르푸르와 하르툼 등 주요 지역에서는 기아와 전염병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집도, 의료도, 교육도 없고 폭력은 일상이 됐다"고 모국이 겪고 있는 참상을 전했다.
지난 2017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다녀간 그는 2022년 사업을 위해 다시 한국에 왔다가 2023년부터 수단이 내전이 격화하면서 발이 묶여버려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삶도 여전히 차별과 제약의 연속이었다.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수단 난민 다수는 법적 지위가 불안정하거나 아예 부재한 상태다. 취업, 의료, 통신, 금융 등 기본적인 서비스 이용조차 제한되며 일부는 체류 자격이 없어 사회에서 범죄자로 오해받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도착한 지 3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난민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요. 어떤 난민은 6개월 만에 결정이 나는데, 어떤 이는 3년이 지나도 연락 한 통 없습니다."
그는 난민 심사 과정의 불투명성과 지연이 오히려 난민들을 더 깊은 고립 속에 몰아넣는다고 했다. 법적 지위조차 명확하지 않아 압둔 씨를 비롯한 21명의 수단 난민은 기초적인 생계 활동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는 "현재 수단 난민은 은행 계좌도, 휴대전화도 만들 수도 없고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는 상태"라며 "일할 수 없다는 건 그 고통을 함께 짊어질 기회조차 빼앗긴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압둔 씨는 특히 체류 자격이 없는 난민들에 대한 '우선적 심사'와 '임시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등록증과 같은 임시 신분증이 있어야 취업도 가능하고 의료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출범한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조심스레 내비쳤다.
"한국은 정의와 인도주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잖아요. 이제 그 가치를, 저희와 같은 난민들에게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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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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