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중국 축구가 과거 한국을 3-0으로 무너뜨렸던 지도자 가오훙보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중국 '소후'는 21일(한국시간) "축구 팬들은 가오훙보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대표팀의 부활을 기대한다"라고 보도했다.
중국 대표팀은 오는 7월 열리는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출전한다. 중국은 내달 7일 한국과 첫 경기를 치른 뒤 일본, 홍콩과 차례로 맞붙는다.
이번 대회는 중국 대표팀으로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최근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 중국축구협회(CFA)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C조 5위로 탈락하자 계약을 해지했다.
중국은 이미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도 무산된 만큼 장기 계획을 세울 발판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중국 대표팀은 감독 교체가 너무나 잦다. 2002년 이후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나서지 못하면서 감독을 무려 14번이나 교체했다. 지난해 2월엔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을 떠나보냈고, 이번엔 얀코비치 감독까지 1년 4개월 만에 경질했다.
[사진] 데얀 조르제비치 중국 대표팀 임시 감독 / 소후 홈페이지.
또 한 번 사령탑을 잃은 중국은 일단 임시 감독 체제로 동아시안컵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소후에 따르면 데얀 조르제비치 전 중국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 여기에 가오훙보 전 A대표팀 감독이 수석 코치로 합류할 예정이다.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중국 대표팀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이미 조르제비치 감독이 50인 예비 명단을 확정했으며 코치진과 함께 최종 명단을 꾸리기 위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새로 꾸려진 대표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소후는 "조르제비치 감독은 경험이 풍부하며 이미 비범한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는 많은 중요한 경기에서 뛰어난 전술과 현장 지휘를 바탕으로 언제나 팀의 어려움을 해결했다. 우수한 성적도 거뒀기에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매체는 "조르제비치 감독은 중국 대표팀의 새로운 감독 후보로 떠오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대규모 선수단 개혁에 착수했다. 동아시안컵은 신인을 양성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에 이상적인 무대다. 많은 축구팬들이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OSEN DB.
가오훙보 코치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과거 중국을 이끌고 2010년 동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일본 도쿄에서 허정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을 3-0으로 꺾으며 국내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가오훙보는 2009년 5월~2011년 8월, 2016년 2월~2016년 10월까지 두 차례 중국 대표팀을 지휘했다. 첫 임기는 아시안컵 조별 탈락과 외국인 감독 기용이 명시된 스폰서 계약 영향으로 끝났고, 두 번째 임기는 월드컵 예선 부진으로 마침표가 찍혔다. 그래도 2010년 친선경기에서 프랑스를 1-0으로 제압하고 2010년 동아시안컵을 2승 1무 무패로 마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소후는 "가오훙보는 한국을 꺾으며 '한국전 무승'의 오랜 고리를 끊은 인물'이라며 "가오훙보는 대표팀 감독 시절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팀을 새롭게 변화시켰다. 특히 한국전에서 덩줘샹의 멋진 골이 3-0 대승을 이끌었고, 신인들의 활약이 관중들을 놀라게 했다. 조르제비치 감독은 가오훙보와 함께 젊은 선수들 육성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대표팀이 가오훙보 코치와 함께 다시 한번 한국을 놀라게 해주길 바라고 있는 중국 축구다. 소후는 "가오훙보는 과거 젊은 선수들에게 소중한 출전 기회를 줬다"라며 "베테랑 선수들은 점차 대표팀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왕다레이와 우레이 등도 더 이상 동아시안컵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4년생 골키퍼 리하오가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길 바란다"라고 강조햇다.
[사진]OSEN DB.
한편 조르제비치 감독이 중국 대표팀의 정식 사령탑으로 선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 대회 성과에 따라 CFA의 선택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아시아 축구에 익숙한 한국 지도자들이 중국의 차기 감독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반대 목소리도 있다. 축구 전문 기자 송청량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절대 한국인 지도자를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해선 안 된다. 그들은 집단이기주의 성향이 강하며 개인적인 이해 관계를 너무나 중시한다. 무엇보다 지도력도 그리 뛰어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CFA가 책정한 새로운 감독 선임 예산은 150만 달러(20억 원) 수준이다. 대표팀 감독 기준으로는 낮은 편"이라면서도 "그러나 유럽 시장 내에서 제대로 찾아본다면 충분히 좋은 감독을 데려올 수 있다"라고 한국 감독이 아닌 유럽 출신 지도자에게 지휘봉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지휘했던 신태용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중국 슈퍼리그 청두 룽청을 이끌고 있는 서정원 감독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실제 제안을 받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CFA는 대표팀 감독 연봉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기에 한국인 지도자들로서도 좋은 조건이 아니라면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울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