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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눠줘" 도태남도 떴다…자살 날짜 박는 2030 남자들

중앙일보

2025.06.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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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

“‘죽어야겠다’ 했는데 또 ‘살고 싶어’
이게 매일 공존하니까 아무것도 못 해.
이럴 바에는 그냥
죽는 날을 잡아놓고 생각하자.
자살을 고정해 놓고 유예를 해 보자.”

2024년 1월, 거리에는
새해를 맞는 설렘이 가득했지만,
우진(가명)은 조용히 삶에 마침표를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정 시점까지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생을 끝내겠다는
일종의 ‘조건부 삶’을 선언한 것이다.

당시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안희제(30) 작가는
“여러 차례 지인을 잃어 본 사람은 안다.
당시 우진은 정말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우진은 1995년생으로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청년이다.
부모님 소유 서울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눈에 띄는 결핍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는 오랜 기간 자신이
‘1인분의 삶’을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과 강박에 시달렸다.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오랜 기간 대화를 나눈 안 작가는
그가 결코 예외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다.

같은 2030 청년으로서 느끼는
조급함과 불안, ‘한 방’에 대한 집착.
이런 생각을 품게 된 배경도,
과정도 어딘가 닮아 있었다.
2030 남성을 연구한 안희제 작가. 그는 문학인류학을 공부하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다. 장진영 기자
안 작가는 죽음을 계획한 친구 우진과의 대화를 통해 2030 남성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책 『증명과 변명: 죽음을 계획한 어느 청년 남성이 남기는 질문들』(다다서재)을 썼다. 더중앙플러스 ‘뉴스페어링’과 만난 그는 비현실적인 가부장 신화가 지속되는 한 청년 남성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Q : ‘청년’의 문제가 아닌 ‘청년 남성’의 문제를 다룬 이유는
무엇이 우진의 인생에서 중요한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남성으로서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우진은 ‘모태솔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아주 강했는데, 단순히 연애하고 싶다는 감정이 아니었다. 그에게 연애를 못한다는 건 결혼을 못 한다는 뜻이고, 그건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가부장’으로 살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남자로서의 정체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을 보며, 청년 남성 문제에 더 집중하게 됐다.


Q : 우진이 자살을 생각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나
우진은 인생에서 이미 두세 번의 기회를 받았고, 그걸 놓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우울과 강박을 경험했고 병원도 길게 다녔다. 마지막 기회로 생각했던 게 주식 투자였다. 그런데 여기서 절망했다. 주식 투자를 가르쳐주던 친한 형이, 성급하게 투자하는 우진에게 “넌 안 될거야”라고 조소를 한 것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수단까지 무너져 내린 것이다.


Q : 두세 번의 기회를 놓쳤다는 건 무슨 뜻인가
우진에게는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는 ‘성공한 인생’의 명확한 모습이 있었다. 그걸 지키려면 정해진 시기에 좋은 대학을 가고, 그걸 기반으로 좋은 직장을 갖고, 연애와 결혼을 해야 했다. 그런데 그는 삼수해서 대학에 들어갔고, 그 대학에 만족하지 못해 세 번 더 수능 시험을 준비했다. 다 실패하고, 결국 다니던 학교에선 자퇴했다. 이 과정에서 좋아했던 이성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계속)
자살을 계획했던 우진은 결국 어떻게 됐을까? 2030 남성이 고통받는 이유, 또 이들의 우울과 분노를 해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안희제 작가의 인터뷰 전문엔 다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2030 남성 무너지는 이유? 여전한 ‘가부장 신화’
📌“연애 분배해줘” 도태남 인권운동가까지 나왔다
📌여성 80%는 상위 20%의 남성만 만난다?
📌‘커뮤’ ‘코인’ ‘보수화’가 공통점? 왜 그럴까
📌2030 남성이 이준석을 지지하는 이유
📌이들의 우울·분노 해결을 위한 필수조건
☞자살 날짜 박는 2030 남자들…안희제 작가 인터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2057
추천! 더중플 - 위기의 청춘들
▶똥파리 알 까도 바라만 봤다…5년 은둔 청년 꺼낸 마법
“거의 동물처럼 살았어요.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유승규(32)씨는 총 5년을 집에서 은둔했다. 5년 만에 세상 밖에 나온 그는 2022년 은둔·고립 청년을 돕는 회사인 ‘안무서운회사’를 설립했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제대로 도움을 준다면 희망은 있다”고 말하는 승규씨, 그의 극적인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왜 수많은 청년들이 고립을 선택할까. 승규씨가 들려준 수많은 고립의 이야기엔 우리 사회 청년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3884

▶이젠 ‘숨겨진 가난’의 시대다, 패딩거지·개근거지 나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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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8039

김홍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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