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사재 털어 아픈 멕시코 교민들 돕는 '회장님'
의류업체 운영 강덕수 대표, 봉사단체 '사랑의 손길' 조직해 수년간 거액 기부
대형병원과 교민사회 연계에도 앞장…"한인 동포 양질 치료환경 조성 일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교민들이 수백∼수천 명씩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들에는 외국살이하며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거나 크고 작은 문제의 해결책을 주고받으려는 글들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온다.
그중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주제는 단연 병마와 관련한 애로사항들이다.
한국의 의료 환경과 많은 차이가 있다 보니 증세를 스페인어로 설명하는 요령부터 평균 치료비, 심지어 노환으로 집 안에서 숨을 거둔 가족의 장례 절차에 이르기까지 문의가 잇따른다.
그때마다 필요한 답을 찾아주는, 멕시코 교포 사회에서 '회장님'으로 통하는 교민이 있다.
봉사단체 '사랑의 손길'을 운영하는 강덕수(58) '동그라미' 대표가 주인공이다.
20여년 전 멕시코시티에 정착해 의류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강 대표는 2020년 팬데믹 기간 멕시코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생을 마감하는 교민들의 사례를 접하면서 의료 분야에 특화한 봉사 단체를 만들었다.
2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만난 강 대표는 "당시 고국으로 마스크와 기부금을 조금씩 보내다 제 주변에서 동포 5명이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저 혼자보다는 더 많은 이와 함께 본격적으로 봉사해보자 하는 마음에 단체를 결성했다"며 "한인 동포 치료를 돕자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팬데믹 때 번 돈은 팬데믹 대응에 쓰자'고 다짐하고 사재로 마스크 100만장을 구입해 교민 사회 등에 기부했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곤궁해진 이들을 위해 2020년 20개 가정에 1만2천 페소(현재 환율로 86만원 상당)를 지원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도움을 준 곳만 지금까지 130여 가족이라고 한다. 한 가정에는 병원비 등으로 100만 페소(7천만원 상당)를 보내기도 했다.
강 대표는 특히 멕시코 한인회, 한글학교, 멕시코시티 시민경찰대, 한국 마리아수녀회의 기숙학교인 찰코 소녀의 집 등에 수시로 현금과 현물 후원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을 다 기록해 놓지 않아 추산할 수는 없다며 정확한 액수를 말하지 않았지만, "수억(원)대는 될 것"이라고 강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그는 "처음엔 걱정하던 가족들도 지금은 함께 응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아내와의 사이에 남매를 자녀로 두고 있다.
'사랑의 손길'은 경북 산불 재해와 튀르키예 대지진 피해 때도 구호 기금을 냈다. 2023년 최고 등급 허리케인으로 쑥대밭이 된 멕시코 아카풀코에도 구호품을 보냈다.
한국 외교 당국자는 전 세계 주요 지역에서 '사랑의 손길' 같은 형태의 자발적 봉사 단체가 운영되는 사례는 거의 찾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강 대표는 현재 멕시코시티 최대 규모 종합병원 중 하나로 꼽히는 헤네랄 병원(Hospital general)과 한국의 국립의료원 간 교류 물꼬를 트는 일에도 매진하고 있다.
"외국의 우리 동포에게도 양질의 치료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는 게 그 배경이다.
이를 계기로 최근엔 허태완 주멕시코 대사가 헤네랄 병원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앞으로 계속 봉사활동을 하려면 경제적인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개인 후원금으로 충당하는 것과 함께 우리 한인이 현지 대형 병원으로부터 직·간접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돌아가실 수도 있는 분을 더 사실 수 있게 돕다 보니 이 활동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