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달라이라마 후계구도 대응 속도…판첸라마 부각·안정 강조
달라이라마, 내달 90세 생일 앞두고 후계 메시지 발표 관측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내달 90번째 생일을 맞아 후계자 문제를 언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티베트 지배력을 확고히 하려는 중국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홍콩 성도일보는 21일 '중국 관찰' 코너에서 중국 당국이 최근 보여준 티베트 관련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달 6일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집무실에서 중국 정부가 티베트 불교 2인자로 인정한 판첸 라마 기알첸 노르부(35)를 만났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10대 판첸 라마를 본보기로 삼아 티베트 불교의 활불(活佛)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민족 단결·종교 평화·시짱(西藏·티베트)의 안정적 발전과 진보에 더 크게 기여하도록 노력하라"고 격려했다.
또 시 주석은 "판첸 라마가 티베트 불교의 영광스러운 '애국애교'(愛國愛敎) 전통을 계승하고, 조국 통일과 민족 단결을 굳게 수호하기를 바란다"면서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확고히 하고 종교의 중국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하며, 시짱의 현대화 건설을 촉진하는 데에 더 나은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기알첸 노르부는 시 주석에게 카타 또는 카탁이라고 불리는 티베트 전통 스카프를 선물로 전달한 뒤 "중국공산당의 지도력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조국 통일과 민족 단결을 확고히 수호하겠다"고 화답했다.
기알첸 노르부는 1995년 중국 정부가 판첸 라마 선정 과정에 개입해 11대 판첸 라마로 일방적으로 지명한 인물이다.
중국 통치에 반대해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끌어온 달라이 라마는 그를 '가짜 판첸 라마' 또는 '관제 판첸 라마'라고 간주해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89년 10대 판첸 라마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환생자로 달라이 라마가 선언한 소년 게둔 최키 니마는 지명 직후 실종됐으며, 중국 당국에 의해 사실상 연금 상태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첸 라마는 티베트 불교에서 달라이 라마에 이어 서열 2위인 지도자로, 달라이 라마가 열반하면 그의 환생자를 찾아 새로운 달라이 라마로 옹립하는 데 결정적 권한을 갖는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가 사망할 경우 후계자 지명이 중국 당국의 소관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달라이 라마는 자유가 없는 땅에서는 환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지난해 출간한 자서전에서 중국이 아닌 자유세계에서 환생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90번째 생일을 앞둔 내달 2일 새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인데, 이번 메시지에는 후계자 문제에 관한 언급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도일보는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이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10년 만에 판첸 라마를 만났다며, 이는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판첸 라마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이 밖에도 중국 당국은 최근 달라이 라마 후계 준비 작업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중국변강연구소 시짱연구실은 13일 '시짱의 거버넌스와 안전'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행사에선 '해외 유랑 티베트인 문제', '안전의 각도에서 신시대 시짱 거버넌스 보기', '시짱 독립 그룹의 활동 추세 분석', '시짱 관련 국제 여론' 등 의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천원칭 중국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는 이달 13∼15일 달라이 라마의 고향으로 알려진 중국 중서부 칭하이를 시찰하고 "중대한 행사, 중요한 시기, 민감한 시점의 안전·안정 업무를 잘 해내야 하고, 시짱 분열 대응 투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대테러 투쟁 경계를 늦추지 않고 사회 안정 유지 임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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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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