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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유가 급등·물가상승 쇼크 우려

중앙일보

2025.06.22 00:22 2025.06.22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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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전쟁에 이어 중동 전쟁 개입까지,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유가가 급등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란 핵 시설 3곳에 대한 공습을 알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뒤로 왼쪽부터 JD 밴스 부통령,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헥세스 국방장관. AFP=연합뉴스

미국의 전격적인 이란 공습은 주말 밤인 21일(현지시간) 이뤄졌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투자자들의 말을 인용해 “(주중) 시장이 재개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반사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가 급등과 안전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포토맥 리버 캐피털의 마크 스핀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제 전 세계에 있는 미국인들이 위험에 노출됐다”며 “불확실성이 시장 전반을 뒤덮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우려되는 건 유가 변동성이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최대 14%까지 치솟았다.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2주 간의 협상 시한을 제시한 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2.3% 하락한 배럴당 77.01달러, WTI 선물은 배럴당 0.3% 하락한 74.93달러에 마감했지만 ‘잠깐의 평화’였다. 21일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차준홍 기자

이후 이란의 대응이 가장 큰 변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카드까지 꺼내는 경우다. MST 마키의 에너지 분석가 사울 카보닉은 블룸버그에 “이란이 걸프 지역 내 미국 관련 석유 인프라를 겨냥하거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지난해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운송됐다.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중동산 원유도 99% 이상이 이곳을 통과한다.

이미 시장은 위험 신호를 주시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원유 운반 선박의 용선료는 이스라엘의 공격 이전과 비교해 90% 가까이 급등했다. 휘발유나 제트 연료를 운반하는 선박의 운임과 보험료도 크게 올랐다. 런던에 본사를 둔 클락슨 리서치의 스티븐 고든 전무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최근 중동발 유조선 운임이 급등한 것은 일부 선주들은 이 지역을 피하거나 이 지역에서 운항하는 데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유가 급등은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여력을 낮출 수 있다. 트럼프는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고 공언하고 Fed를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오히려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미국의 공습 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폐쇄 등) 가장 심각한 경우 세계 원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아, 올해 말까지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6%(전년 대비, Fed의 목표는 2%)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미국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평과 함께다.

영국의 분석기관 캐피탈이코노믹스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이 1% 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석유는 플라스틱 장난감, 항공 여행 등 많은 상품과 서비스의 제조 과정에 사용되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며 “(군사 충돌은) 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전쟁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부추긴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수요를 일시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달러 가치는 트럼프발 무역 전쟁의 여파로 올해 들어 최대 10%까지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CE 미국 달러지수는 (이스라엘의) 첫 번째 공습 이후 약 1% 상승했다”며 “공포가 지배하는 날에는 상승하고, 공포가 가라앉는 날에는 하락하는 패턴”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의 개입으로 중동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해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매니징 파트너 제이미 콕스는 “이번 공습에 따른 핵 능력의 완전한 파괴로, 이란은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위한 ‘탈출 버튼’을 누를 가능성이 크다”며 "며칠 안에 유가가 정상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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